유엔 제재대상 31개 선박중 하나
필리핀 “선원 21명 추방키로”
서류상은 시에라리온 선적
“유엔조사단 직접 조사 예정”
필리핀 “선원 21명 추방키로”
서류상은 시에라리온 선적
“유엔조사단 직접 조사 예정”
북한 화물선 ‘진텅호’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2270호 채택 이후 북한 선박 중 처음으로 필리핀 정부에 억류됐다.
필리핀 매체 <필리핀스타>는 6일 “정부가 5일 마닐라 수빅항에 정박하고 있던 북한 화물선 진텅호를 압류하고 선원들을 추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필리핀 외교부와 마놀로 퀘존 필리핀 대통령 대변인은 5일 “필리핀은 유엔 회원국으로서 제재 강화에 동참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북한 비핵화를 위해 국제사회의 결정을 단호히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지난달 7일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로켓 광명성호의 2단 추진체가 자국 해역에 떨어지자 북한을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진텅호는 1997년 일본 사세보중공업이 건조한 6830톤급 화물선으로 서류상 시에라리온 선적이다.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2270호는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 소속 선박 31척의 이름과 국제해사기구(IMO) 등록번호를 부속서에 명시해 자산동결 대상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필리핀 당국은 진텅호의 국적이 아닌 해사기구 등록번호를 기준으로 억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진텅호 수색에서 군수 물자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라울 벨레사리오 필리핀 해양경비대 사령관은 “5명의 경비대원과 2마리의 탐지견이 배에 올라 3일과 4일 두 차례 수색했지만 특이 물자는 발견하지 못했다. 선원 21명도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했다”고 말했다. 진텅호는 3일 수빅항에 도착해 동물 사료용으로 쓰이는 야자수 기름 부산물 등을 내린 뒤 중국 장장항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필리핀 외교부는 “안전 문제가 있어 진텅호를 억류했고 향후 유엔 조사단이 직접 현장에 와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양해운관리회사는 소속 화물선이 2013년 파나마 운하에서 설탕 포대 밑에 쿠바 무기를 실은 것이 발견돼 2014년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올랐다. 원양해운관리회사는 지난해 제재를 피하려고 선박들의 이름과 선적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진텅호를 포함한 자산동결 대상 선박 31척 가운데 10척은 편의치적(便宜置籍) 방식으로 북한이 아닌 제3국에 등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치적은 선주가 세금을 절약하거나 해운 제재를 피하기 위해 선박을 제3국에 등록하는 방식인데, 불법은 아니다.
한편, 유럽연합(EU)도 대북 추가 제재에 들어갔다. 유럽연합 각료이사회는 4일 북한 제재 대상에 개인 16명과 12개 단체를 추가하기로 했다. 중국 역시 교통운수부가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에 소속된 31척의 선박이 중국 항구와 수역에 있는지 여부를 속히 확인해 보고하라”는 공문을 산하 기관에 내려보냈다.
김진철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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