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겨레신문사와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주최한 `청년, 개성공단의 길을 묻다' 가 열렸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비상대책위원장(맨 왼쪽)과 정석구 한겨레 편집인(왼쪽 둘째) 등이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을 위한 희망메시지 나무'에 소망과 바람을 담은 종이를 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개성공단 폐쇄, 미래 세대의 가능성마저 차단한 건 아닌가?’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청년들이 물었다. ‘청년, 개성공단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한 개성공단 발전 기원 시민한마당 행사장에서다. 개성공단이 약 6개월 잠정 폐쇄됐던 지난 2013년 시작돼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서울시의 후원으로 한겨레신문사와 사단법인 개성공단기업협회가 공동 주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번이라도 개성공단을 방문했다면, 이런 식으로 허망하게 공단 문을 닫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삿말에 나선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공동위원장은 “개성공단은 단순히 재화를 생산하는 장소가 아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2월10일 북한이 아닌 우리 정부가 군사작전하듯 공단 가동을 중단한 뒤 벌써 9개월이 지나고 있다”며 “폐쇄의 이면에 ‘최순실 비선’이 작용했다는 의혹까지 나오면서 더욱 기가 막힐 뿐”이라고 말했다.
남쪽의 자본과 기술이 북쪽의 토지·인력과 만난 개성공단은 남북 양쪽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는 통일경제의 모델이자, 남북 간 긴장완화의 상징이었다. 입주기업 대표자들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월 17만~18만원 정도에 불과한 북한의 값싼 노동력은 가격 경쟁력의 원천이었다. 전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개성공단을 대체할 만한 부지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지난 2004년 말 본격 가동을 시작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누적 생산액은 지난해 말 32억3천만달러(약 3조230억원)에 이를 정도다. 한해 생산액도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5억달러를 돌파했다. 정 위원장은 “개성공단은 성장 모멘텀을 잃고 저성장 기조로 돌아선 한국경제의 활로를 보여주는 방향타였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청년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경연이었다. 치열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8개팀이 5분 동안 20장의 슬라이드를 넘겨가며 ‘젊은 생각’을 풀어냈다.
손유나(28·여)씨 등 동국대 북한학과 대학원생 4명으로 구성된 ‘개성공단 재가동 준비위원회’ 팀은 “향후 개성공단의 안정적 재가동을 위해선 정치적 중재와 함께 수출시장 구실을 할 수 있는 중국을 끌어들여 남·북·중 다자 경협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또 북한 전역에 다양한 경협공단을 조성하면, 일방적인 공단 가동 중단을 막고 한반도 위기관리에도 도움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행사장 한켠에선 성화물산(양말·속옷)·팀스포츠(아웃도어)·석촌도자기(그릇) 등 12개 기업이 참여해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물품을 싼 값에 판매해 들고나는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또 개성공단 관련 퀴즈와 퍼즐 맞추기, 북한 음식 시식 등의 행사를 마련한 ‘대학생 겨레하나’를 비롯해 10개 청년단체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정석구 <한겨레> 편집인은 “어제(12일) 저녁 이 자리를 지켰던 100만개의 촛불이 요구한 것은 ‘비정상의 정상화’였다”며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분명 비정상인 만큼 공단의 조속한 정상화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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