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골프장에 미군 장비가 보이고 있다. 국방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에 대한 '법령에 따른 적정한 환경영향평가'를 지시함에 따라 이를 이행하는 데 착수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7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사업에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밟으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보수 언론이 이날 ‘문 대통령의 환경영향평가 실시 지시가 법령도 제대로 모르고 내린 것’이란 취지로 보도한 것에 대한 반박 성격이다. 청와대는 ‘절차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추가 반입된 사드 발사대 4기는 환경영향평가가 끝난 뒤 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경북 성주 골프장에 배치된 발사대 2기와 엑스(X)-밴드 레이더는 그대로 두겠다고 했다. 사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복합적으로 고려한 조처로 읽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을 자청해 “국방부가 사드 배치를 위해 주한미군에 공여하려 계획한 전체 면적 70만㎡가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되는 사업 면적”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에는 사업 면적이 33만㎡ 미만이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33만㎡ 이상이면 정상적인 ‘환경영향평가’를 하도록 돼 있다. 청와대의 이런 설명은 사드 부지의 ‘사업 면적’이 약 10만㎡에 불과해서 환경영향평가를 할 필요가 없다는 <조선일보>의 보도를 겨냥한 것이다. 그동안 국방부 역시 “사드 발사대와 레이더, 화력통제소 등의 배치를 위해 실제 공사해야 하는 면적은 10만㎡ 미만”이라는 논리로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해 왔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보도에서 언급한 사업 면적 10만㎡는 기지 레이더, 발사대 및 콘크리트 타설 구조물 부지 등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국방부의 지난해 11월 보고서에는 이들 부지를 포함한 공여부지 전체 70만㎡가 국방·군사시설의 사업 면적으로 돼 있다”고 반박했다. 2006년 6월 대법원 판례도 근거 사례로 들었다. 당시 대법원은 박격포 사격장 건설 계획인 ‘강원도 도창리 백골종합훈련장 피탄지조성사업 계획’과 관련한 소송에서 “공사 면적과 무관하게 전체 사업계획 면적이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 면적”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청와대가 이날 언론 보도에 적극 대응하고 나선 것은, 비판을 ‘방치’할 경우 새 정부의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끼쳐 결국 향후 정책 집행에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사드 배치 사업이 전반적으로 절차적 정당성이 없음을 밝혔지만, 이미 배치된 사드 장비와 추가 반입된 발사대 4기에 대한 대응 조처는 분리하며 미국과 중국에 각각 메시지를 던졌다. 청와대는 이미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 등에 대해선 “굳이 철수할 이유가 없다”며 환경영향평가 실시와 사드 배치 철회 여부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미 관계를 고려한 조처로, 미국은 그동안 청와대가 ‘사드 보고 누락’에 대해 진상조사를 지시한 데 대해 새 정부가 사드 배치 사업을 모두 뒤집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품어왔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추가 배치될 예정이던 사드 발사대 4기는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야 배치할 수 있다”고 제동을 걸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괌의 사드 기지도 환경영향평가가 시행됐다. 23개월 걸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괌에 배치된 사드 포대는 발사대가 3기(예비 1기 포함)인 반면, 경북 성주의 사드 포대엔 괌보다 규모가 큰 발사대 6기가 배치될 예정이다. 중국을 의식한 시간벌기 의미가 있어 보인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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