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B-1B 초음속 폭격기 2대가 10일 밤 한반도 상공에 출격해 공대지 미사일 사격 훈련을 했다. 지난달 23일 밤~24일 새벽 미 공군 B-1B 편대가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가 북한 영공 바깥 동해 상까지 비행 훈련을 한 데 이어, 17일에 한반도에 다시 출격한 것이다. 미군은 또 핵추진잠수함 1척의 경남 진해 입항 사실을 11일 뒤늦게 공개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무력시위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나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이 없는 상황에서 B-1B를 동원해 공대지 미사일 사격 훈련까지 진행한 것을 두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위험한 무력시위’라는 우려도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11일 “전날 야간에 우리 공군의 F-15K 전투기 2대가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 2대와 함께 연합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미 공군 B-1B 편대의 한반도 상공 비행은 지난달 23일 밤~24일 새벽 이후 17일 만이다. 당시 B-1B는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가 북한 영공 바깥 동해 상까지 비행 훈련을 한 바 있다. 합참은 이번 훈련이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를 위한 정례적 전개 훈련의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한·미 양국 공군은 유사시 신속대응을 위한 연합작전 능력을 지속 향상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들어 B-1B의 한반도 출격이 2~3주에 한 차례씩 이뤄지는 등 잦은 편이다. 군 당국자는 “그만큼 북한의 도발을 위중하게 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B1-B의 이번 비행이) 지난 한-미 정상회담 때 합의한 한미 간 전략자산 순환 전개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B-1B 편대는 밤 9시부터 3시간 남짓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해협 쪽에서 동해를 따라 북상하다 강릉 앞바다에서 기수를 서쪽으로 돌려 한반도를 가로지른 뒤 서해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다. B-1B는 이날 한국 공군 F-15K의 호위를 받았으며, 동해와 서해에서 한 차례씩 가상 공대지 미사일 사격훈련을 했다. 군 당국자는 “실제 표적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게 아니라 가상의 표적을 정해 사격 절차 훈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B-1B는 앞서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를 지날 때는 일본의 항공기 F-15가 동행했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이들 3국의 항공기가 밤에 함께 훈련한 것은 처음”이라며 “우리 동맹들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야간 비행과 훈련을 함께 하는 것은 3국 사이에 공유된 중요한 능력”이라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미군 태평양사령부은 이날 공식 누리집에서 “로스앤젤레스급 공격 잠수함 ‘투싼’(SSN 770)이 7일 인도·아시아·태평양 지역 전개의 일환으로 진해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투싼은 이날 오후 진해를 떠나 다시 작전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투싼의 함장 채드 하트는 “한·미관계는 매우 중요하며 이번 진해 방문으로 우리가 한·미관계를 강화할 기회가 생겼다”고 진해 입항 소감을 밝혔다.
하와이 진주만을 모항으로 하는 투싼은 승무원 150명이 탑승하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용 수직 발사관 12기와 어뢰발사관 4기 등을 장착하고 있다고 미군이 설명했다. 또 대잠수함 작전이나 대수상함 작전, 타격, 감시·정착 등 많은 임무를 지원할 수 있으며, 은밀성이나 지속성, 기동성, 신속대응력 등이 뛰어나 다양한 임무 수행에서 가공할 무기가 된다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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