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방·북한

[다음주의 질문] B-1B가 한반도 하늘을 계속 날아다닌다면…

등록 2017-10-28 10:39수정 2017-10-28 14:29

미국의 전략무기인 B-1B ‘랜서’ 폭격기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가 열리는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전략무기인 B-1B ‘랜서’ 폭격기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가 열리는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일촉즉발의 먹구름이 짙게 깔려 있는 한반도 하늘을 지배하는 전략자산은 단연 미 공군의 B-1B 초음속 폭격기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 군사 위협이 커질 때마다 한반도를 찾아 억제력을 과시했다. 올해 들어서만도 벌써 10여차례나 된다.

특히 지난달 23일 밤 미 공군의 B-1B 출격은 눈길을 끌었다.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북까지 올라가 무력시위를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당시 비행 지역은 북한의 ‘군사경계선’ 인근이어서, 무력충돌 위험이 잠재된 곳이었다. 북한은 1977년 8월 “영해의 기산선으로부터 50해리까지”를 동해의 군사경계선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50해리면 미터법으로 92.6㎞다. 그러나 북한은 해안선이 아닌 만구폐쇄선을 기산선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구폐쇄선은 북쪽의 북·러 해안 경계선과 남쪽의 북방한계선 지점을 잇는 직선기선이다. 따라서 원산 앞바다의 경우 군사경계선은 해안선에서 대략 100해리(185.2㎞)쯤 된다.

미군의 B-1B가 북한의 군사경계선 안쪽까지 비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미군은 북한의 영공(12해리)에 속하지 않는 공역을 비행했다고 밝힐 뿐 정확한 비행 행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원산 앞바다 300~350㎞까지 비행했다”는 몇몇 언론 보도가 맞다면, 미군도 이 지역 비행의 민감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적당히 거리를 뒀던 것으로 해석된다.

B-1B는 한반도 작전에 여러모로 유리하다. 미국의 3대 장거리 폭격기 B-52H, B-1B, B-2 가운데 가장 많은 폭장력을 자랑한다. 또 유일한 초음속 폭격기로 가장 빠르다.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출격할 경우 2시간 반이면 한반도 상공에 도착한다. 인천-괌 민항기는 4시간 반 걸린다. 실상 B-1B의 한반도 출격은 지난해 8월 괌 배치 이후의 일이다. 그 이전 대북 무력시위의 단골손님은 B-52H였다.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직후 한반도에 날아온 것도 B-52H였다.

B-1B는 사연 많은 폭격기다. 1960년대 소련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전략폭격기 구상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저공침투 능력을 갖춘 초음속 폭격기 B-1A가 개발돼, 1974년 시제기 4대가 제작됐다. 그러나 이후 소련의 방공 능력이 향상돼 B-1A의 저공침투 성공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고 미국에선 스텔스 폭격기 B-2 개발이 비밀리에 추진되면서 B-1A 양산계획은 취소됐다. 하지만 레이건 행정부는 1980년대 초 B-2 개발 완료 때까지 전력공백을 메울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다시 이 계획을 되살렸다. 대신 레이더 반사면적을 크게 줄였고 최고속도는 마하 2.22에서 마하 1.25로 줄이는 등 일부 설계를 변경해 B-1B가 됐다.

국내 언론에선 B-1B가 ‘죽음의 백조’로 소개되곤 한다. 그러나 이는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애칭이다. 외국에선 통상 B-1(one)을 그대로 읽어 ‘본’(Bone·뼈)이라고 부르고, 공식 별칭은 ‘랜서’(Lancer·창기병)다. B-1B는 애초 B-52H나 B-2처럼 핵무장 폭격기로 설계됐다. 그러나 1990년대 냉전 종식 이후 핵무장 능력이 제거돼, 지금은 재래식 무기만 운용한다. 무장 능력은 B-52H의 두 배 가까이 된다. 내부창에 34t의 무기를 실을 수 있고, 외부에도 추가로 23t을 달 수 있다. 합동직격탄(JDAM)이나 공대지 순항미사일 재즘(JASSM) 같은 정밀 유도무기도 운용할 수 있다. 군 당국자는 “B-1B는 핵 공격으로 오해받지 않으면서 효과적인 무력시위를 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라고 평가했다.

B-1B의 출격은 대북 억제력 과시 목적이지만, 거꾸로 긴장 고조의 구실이 되기도 한다. 북한 인민군 전략군 대변인이 8월8일 ‘괌 포위사격’을 위협한 것도 애초엔 B-1B의 발진기지에 대한 응징 차원이었다. 한-미 간에는 앞으로 B-1B를 비롯한 미군 전략무기를 더 자주 한반도에 전개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과연 이런 전략무기의 추가 전개가 한반도 정세에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박병수 정치에디터석 통일외교팀 선임기자 su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평화를 위해 당당한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