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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노동당사 공개·리설주 동반 ‘김정은의 파격’…북 정상국가 부각

등록 2018-03-06 22:57수정 2018-03-06 23:01

-‘특사맞이’ 개방적 모습 보인 북-
특사단 3시간만에 접견하고
4시간12분간 만찬 등 이어가
‘권력상징’ 노동당사 첫 개방
부인 동석 외교무대에 데뷔
김일성·김정일보다 더 전격적

비핵화·한미훈련에도 ‘과감성’
“남북·북미관계 개선 적극 의지”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은 6일 오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과 면담하고 만찬을 함께하는 모습을 약 10분 분량으로 공개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찬장에서 건배하고 잔을 드는 장면. 조선중앙텔레비전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은 6일 오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과 면담하고 만찬을 함께하는 모습을 약 10분 분량으로 공개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찬장에서 건배하고 잔을 드는 장면. 조선중앙텔레비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을 맞이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외교적 예우는 물론 합의 내용에서도 ‘통 큰 면모’를 과시했다. 지난 5일 특사단 접견 및 만찬에서 김 위원장은 외교에 관한 ‘국제 기준’을 따르면서도, 과거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이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특사단의 수석특사로 북한을 다녀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6일 설명한 방북 결과를 보면, 김 위원장은 남북 간, 북-미 간 주요 현안에 대해 과감한 면모를 보였다. 관계 개선의 걸림돌이던 북핵 문제와 관련해 “선대의 유훈”이라며 비핵화 의지를 천명했고, 북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대화 기간 동안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전략도발 유예 방침을 밝혔고, 남북정상회담 장소를 판문점 평화의집으로 합의해 북 최고지도자 가운데 처음으로 남쪽 땅을 밟을 예정이다. 특히 다음달 한-미 연합훈련이 재개되면 북의 반발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김 위원장은 예상을 뒤엎고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해 특사단을 놀라게 했다.

김 위원장이 보인 ‘기대 이상’의 파격은 특사단을 맞은 속도에서도 드러난다. 김 위원장은 특사단이 평양에 도착한 지 3시간 만인 5일 저녁 6시 이들을 접견하고 만찬을 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특사단에 면담 일정을 알려주지 않다가 마지막날 만나곤 했던 것과 대조된다. 2005년 6월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나 2007년 8월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방북했을 때 김 국방위원장과의 만남은 마지막날에야 이뤄졌다. 김 위원장의 이런 일정은 지난달 방남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접견하며 사전 조율한 대로 ‘외교 의전’을 보여준 것이다.

만찬과 접견 시간이 이례적으로 4시간12분이나 이어진 점도 눈에 띈다. 지난달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특사 방문 당시 문 대통령과의 청와대 접견·만찬 시간은 모두 2시간40여분이었는데, 이번엔 그보다 1시간30분이 더 길었다. 이 대목 역시 ‘통 큰 모습’을 보이려는 파격으로 해석된다.

접견·만찬 장소에서도 북한의 기존 공식을 깼다. 그간 남쪽이나 외국에서 온 손님들이 이용한 곳은 백화원 영빈관이나 목란관 등이었으나, 이번 특사단과 김 위원장이 만찬을 한 곳은 조선노동당 본관의 진달래관이다. 남쪽 인사들이 노동당사 본관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당사는 우리의 청와대 격으로, 북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의 집무실과 그의 업무를 보좌하는 서기실(비서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나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등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회의가 대부분 이곳에서 열린다. 북한 매체들이 ‘혁명의 수뇌부’, ‘당중앙’ 등으로 최고지도자를 언급할 때마다 상징적으로 3층짜리 노동당사 본관의 모습을 내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특사단과의 만찬에 나온 것도 이례적이다. 리설주는 북한 내 행사에는 여러 차례 모습을 드러냈지만 외교사절 접견 등에 얼굴을 내미는 일은 흔치 않았다. 그동안 김 위원장의 외국 사절 면담이 공개된 것은 7차례인데, 이때 리설주 이름이 북한 언론에 언급된 것은 2015년 9월 쿠바의 ‘2인자’ 미겔 디아스 카넬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이 방북했을 때가 유일하다. 리설주가 남쪽 인사를 만난 것은 2005년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 육상선수권대회에 응원단으로 방남한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북한에서 ‘퍼스트레이디’라는 존재가 없었지만 이번 특사단 방문을 통해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로 외교 무대에 데뷔한 셈이다. 리설주의 만찬 참석은 북한이 정상국가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외국 대표단이 오면 국가수반 부부가 만찬을 열어 환영하는 서방의 방식과 같은 것이다. 특히 북한이 최근 리설주의 호칭을 ‘동지'에서 ‘여사'로 바꾼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6일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리설주 여사와 함께 만찬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따뜻이 맞이하셨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보여준 파격에 대해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유연성과 부드러움을 강조하며 정상국가 이미지를 부각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그동안 북한을 비정상적, 부정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에 미국을 향해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표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은둔형 지도자’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개방적인 스타일”이라며 “(시간을 끄는 방식 등으로) 결례를 범하지 않는 모습도 차이가 있다. 자신감의 표출이기도 하고, 한국에 적극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노동당사를 공개함으로써 노동당 위원장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부각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도 “김 위원장이 보여준 모습은 북쪽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환대”라며 “그만큼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나 북-미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노지원 성연철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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