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오전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프레스센터에서 회담 일정을 공개하고 있다. 임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월27일, 내일 오전 9시30분에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시작합니다”라고 밝혔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11년 만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을 향한 전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세계인의 눈과 귀가 될 외신 기자들의 취재 열기 역시 달아오르고 있다.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역대 정상회담 사상 최대 규모의 메인프레스센터가 마련된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은 내외신 기자들로 종일 북적였다.
이날 정상회담 준비위원회가 밝힌 내외신 등록 취재진은 360개 언론사 소속 2962명(오후 4시 기준, 현장 추가등록 112명 포함)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국내 언론은 176개 언론사 1981명, 외신은 36개국 184개 매체 869명이다. 이번 회담에 대한 전세계의 기대감을 보여주는 셈이다.
외신 취재진의 출신 국가와 규모 역시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일본은 100명이 넘는 취재인력을 파견한 반면, 아르헨티나·카메룬·불가리아에선 각각 기자 한 명이 혈혈단신으로 서울을 찾았다.
나이지리아에선 <디플로매츠 엑스트라 매거진>, <오소리티 뉴스페이퍼>, <리더십 뉴스페이퍼> 등 3개 매체 8명의 기자가 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외신들이 정상회담 근접 취재에 합류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회담 현장 취재를 위해 구성된 ‘남북정상회담 공동취재단’(Korea Pool)에 영국의 <로이터>와 중국 <신화통신>, 일본 <교도통신>, <지지통신> 등 외신 4곳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신화통신>의 루루이 서울특파원은 2014~2016년 평양특파원을 역임한 뒤 최근 서울에 부임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분단국가였던 독일 동베를린 주재 경험이 있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레나 시퍼 서울지국장과 오스트리아 <비너 차이퉁>의 파비안 크레치머 특파원도 남북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방문했다.
이날 킨텍스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의 크리스토프 나이트하르트 기자는 2007년 정상회담 취재 뒤 또 한번의 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나이트하르트 기자는 ‘두 차례 정상회담을 겪으며 느낀 차이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2007년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강력한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은 위원장이 시장경제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다음에 치러지는 회담이라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 방송 <봉황텔레비전> 훠웨이웨이 기자는 “이번 남북회담에서 비핵화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남북이 만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북-미 회담을 위한 바탕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이번 회담의 의미를 짚었다. 그는 “프레스센터의 규모나 편의시설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회담을 준비한 한국 정부의 열의가 인상 깊다. 회담 장소 ‘평화의집’을 공사하며 뒤틀림 없는 호두나무 가구를 들인 것만 봐도 이번에 꼭 회담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바람과 기대가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프레스센터에는 외신 기자들의 편의를 위해 9개 언어를 지원하는 브리핑 동시통역기가 비치됐다. 회견장은 한·영 보도자료를 번갈아 화면에 띄웠으며, 영어로 전문가 토론회도 진행됐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영국 출신의 프리랜서 기자는 “남북정상회담 취재는 처음인데, 프레스센터가 잘 정비돼 있고 예상보다 크다. 역사적 이벤트 현장이라는 것을 느낀다. 이 회담을 계기로 남북이 가까워질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낙관적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유경 신민정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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