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방·북한

“계엄 선포, 미국 정부 인정 받아야”…80년 비상계엄 빼닮았다

등록 2018-07-24 22:07수정 2018-07-25 00:50

실체 드러난 67쪽 세부 내용

“미국에 계엄 인정토록 협조, 주요국 지지 당부”
1961년 쿠데타·1980년 계엄 연상케하는 대목
“국회의장 계엄해제 직권상정 표결 저지 대책 필요”
대통령 지휘받는 ‘전국계엄’ 구상, 보도검열단 구성안도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국군기무사령부가 지난해 초 작성한 67쪽짜리 계엄 문건 ‘대비계획 세부자료’에서 계엄을 미국으로부터 인정받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국회의원 현행범 체포, 전국 비상계엄 실시 등을 주문하는 등 곳곳에 1980년 ‘신군부’의 권력 장악 과정을 연상케 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국방부가 23일 이 문건을 ‘평문’으로 분류해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하면서 공개됐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24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어제 보안정책심의위에서 이 문건이 ‘군사 2급비밀’ 도장이 찍혀 있지만 등재도 되어 있지 않는 등 비밀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결론내렸다”고 국회 제출 배경을 밝혔다.

기무사 문건은 ‘주한무관단·외신기자 대상 외교활동 강화’ 항목에 ‘계엄 선포 시 조치사항’을 두고, “(국방부) 장관, 주한 미대사를 초청해 미 본국에 계엄 시행 인정토록 협조”라고 적었다. 또 계엄사령관에게는 “주한 무관을 소집해 계엄의 불가피성과 신속한 사회질서 확립 등 계엄 시행의 지지 당부”를, 외교부 장관에게는 “주요 국가 주한사절단(기자·기업인 포함)을 초청해 계엄 시행을 지지하도록 요청”을 하도록 했다. 과거 1961년 5·16 쿠데타나 1980년 5월 전국 비상계엄 당시 미국의 인정을 받으려고 했던 외교적 노력을 연상케 하는 내용이다.

국회의 계엄 해제를 막기 위한 조처도 치밀하게 준비돼 있었다. 헌법 77조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을 때는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하며,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하면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건은 당시 국회 상황을 “299명 중 진보성향 의원 160여명, 보수성향 의원 130여명”이라고 분류한 뒤 “여소야대 정국으로 계엄 해제가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여당을 통해서 국회의원들이 계엄 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정세균 의장이 계엄 해제 요구안을 직권상정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차단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계엄법 13조는 “계엄 시행 중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불체포특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건은 의원을 “현행범으로 사법처리해 의결 정족수 미달을 유도”하라고 했고, “당·정 협의를 통해 계엄 해제 직권상정 및 표결 저지 대책 필요”라고 적었다.

기무사 문건은 ‘국방부 비상대책회의’를 통해 계엄을 추진하도록 했다. 법적 근거도 없는 이 비상대책회의는 국방부 장관 주재하에 합참의장, 육군참모총장, 기무사령관,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등 최소 인원으로 편성되며, 주요 안건으로는 계엄의 시행 여부, 계엄의 종류와 시행 지역, 계엄사령관 추천 등을 꼽았다. 특히 문건은 2016년 7월 터키의 경우 시민 저항으로 계엄군이 진입에 실패했다며 계엄 선포 전 보안 유지를 강조했다.

문건은 계엄을 ‘경비계엄’과 ‘비상계엄’, ‘지역계엄’과 ‘전국계엄’으로 나눠 설명한 뒤 신속한 사회질서 회복을 위해 “전국 비상계엄 선포가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고 했다. 계엄법 6조는 전국 계엄의 경우 계엄사령관이 국방부 장관을 제치고 대통령의 직접 지휘·감독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만큼 계엄군의 권위와 권한이 강화된다. 과거 신군부도 1980년 5월17일 제주도가 제외됐던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 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하고 정권을 틀어쥐었다. 문건은 1979년 10월27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고 직후 공포됐던 최규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명의의 계엄선포문, 정승화 계엄사령관 명의의 포고문 등도 싣고, 이를 참조해 계엄 선포 때 쓸 계엄선포문, 담화문, 포고문 등을 작성해 예시했다.

정부 통제 방안도 마련됐다. 계엄사에서 영관급 장교로 계엄협조관을 부처별로 2명씩 파견하고 정부 부처에서는 5급 이상 공무원을 2명씩 계엄사로 소집하도록 했다. 계엄사 부사령관은 정부부처 차관회의를 주관하도록 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평화를 위해 당당한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