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안 화살머리고지 감시초소(GP)를 찾아 작전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철원/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의 감시초소(GP·지피)를 방문했다. 화살머리고지는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의 한곳으로, 9·19 군사분야 합의에 따라 남북의 군이 공동 유해발굴 작업을 시범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화’의 현장을 찾아 9·19 군사 합의 이행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화살머리고지 지피를 방문해 취재진 앞에서 한 발언은 딱 두 문장이다. 지피 밖 ‘전적기념비’ 앞에서 “이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있었다는 거죠?”, 지피 안에서 유해를 발굴하다 찾은 총알 구멍이 난 수통을 만지며 “얼마나 (전투가) 치열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정치적 해석의 여지를 좁힌 절제된 발언이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화살머리고지 유해 발굴 작업을 맡은 육군 제5보병 사단의 신병교육대(경기 연천)를 찾아 “과거에는 적의 침략을 막아 국민의 생명·안전을 지키는 안보였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북한과 화해·협력을 도모하며 평화를 만들고 키워 경제로 이어지게 하는, 이런 달라지는 안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5사단이 최일선에서 남북 평화의 대단히 상징적인 일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데 큰 자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19일 화살머리고지 유해 발굴을 위한 도로 개설과 지뢰 제거 작업에 참여한 5사단 장병 104명을 청와대로 불러 격려했다고 청와대가 뒤늦게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그때 장병들한테 “남북 장병이 협력해 남북을 잇는 도로를 열어 비무장지대를 국토 일부로 국민께 돌려주고 생명을 살려내는 역사적인 작업을 했다”며 “지금은 유해 발굴을 위한 길이지만 앞으로 그 길은 남북 간 평화의 길이 되고 화해의 길로 공고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화살머리고지 방문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평화가 일상이 되고 북한한테서 단 한번의 위협도 없은 올해의 세밑을 맞아 상징적인 평화의 공간에서 새해의 희망을 이야기하려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가 한반도 정세에 주는 의미가 크다”며 “대통령이 9·19 군사합의 이행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5사단 신병교육대 훈련병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진행한 간담회에서 “강력한 국방력의 뒷받침이 없다면 대화나 평화가 아주 허약할 수 있다”며 “정부도 여러분한테 무조건 국가에 충성하라고만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병사 급여 인상 △복무기간 단축 △외출·외박 확대 △휴대폰 사용 허용 등 정부의 사병 생활 개선 노력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훈련병들과 짧은 문답을 이어갔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안보의식이 없다고 하는데 맞습니까?”-“아닙니다”, “군복무 기간이 단축되고 군 병력이 줄고 그러면 우리 안보가 약해진다고 하는데 맞나요?”-“아닙니다”, “여러분이 책임질 겁니까?”-“네!” 문 대통령은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고, 훈련병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제훈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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