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 첫날인 27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과 만나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가리켜 "성공적이었다는 생각을 한다"며 "2차 북미정상회담이 1차 회담만큼, 아니면 더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노이 AFP=연합뉴스
8개월여 만에 다시 만난 북-미의 지도자들은 반갑게 웃으며 손을 맞잡았지만 머릿속은 복잡한 셈법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특히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껏 상대를 치켜세우면서도 속도 조절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내놔 힘겨루기를 앞둔 노련한 협상가의 면모를 다시 한번 과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오후 6시28분(한국 시간 8시28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양국 국기를 뒤에 놓고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다소 긴장한 표정의 김 위원장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김 위원장의 팔과 등을 토닥이자, 김 위원장도 긴장을 푼 듯 미소를 보였다.
이어 두 정상은 자리에 앉아 환담에 앞선 모두발언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듯한 태도를 내비쳤다. 그는 “베트남에서 우리에게 카펫을 깔아주며 성대하게 맞아줬다. 우리가 매우 성공적인 첫번째 회담을 마친 것으로 기억한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진전이 빨리 이뤄지길 기다리고 있지만, 우리 관계가 (이미)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기의 회담을 앞둔 입장에서 지난 첫번째 회담에 만족한다는 태도는 이례적이다. 2차 정상회담 결과에 목을 매지 않는다는 듯 짐짓 여유로운 태도를 보인 셈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언사도 이어갔다. 그는 “2차 정상회담은 1차 정상회담 이상으로 더 진전을 이룰 것”이라며 “북한은 정말 대단한 경제 잠재력이 있다. 위대한 지도자 밑에서 놀라운 미래가 펼쳐질 것이며, 우리도 그 부분을 많이 돕겠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상기된 얼굴에 다소 굳은 표정이었던 김 위원장은 특히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환한 미소를 보였다. 공식 통역이 제공되기도 전이었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두 정상은 답하지 않고 비공개 회담으로 전환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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