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하노이 주석궁 앞에서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과 함께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하노이/AP 연합뉴스
‘하노이 담판’이 결렬되고 하루 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다소 피곤해 보이는 모습으로 북한 정상의 55년 만의 베트남 ‘공식 친선 방문’ 일정을 수행했다.
김 위원장은 1일 오후 3시20분(현지시각)께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도열해 있던 경호팀의 근접 호위를 받으며 전용 경호차량에 올라탔다. 김 위원장은 북한 인공기와 베트남 국기가 나란히 게양된 도로를 따라 환영식이 예정된 베트남 주석궁에 3시30분께 도착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소득 없이 끝나고 26시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차에서 내린 김 위원장은 이날도 검은 인민복 차림이었다. 그는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손을 잡은 뒤 사회주의권 정상들의 전형적인 포옹 인사를 했다. 이어 인공기와 베트남 국기를 흔들며 자신을 맞이한 어린이의 어깨를 치며 격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쫑 주석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베트남 정부 인사들과 인사를 나눴다. 무표정한 모습으로 동선을 따라 걷던 김 위원장은 도열한 베트남 정부 인사들에게는 웃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김 위원장의 모습은 55년 전 베트남을 방문한 김일성 주석과 겹쳐 보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은 1958년과 1964년 두차례에 걸쳐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해 주석궁에서 호찌민 당시 주석을 만났다. 김일성 주석은 당시 옆머리를 바짝 친 ‘올백 머리’를 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전날 합의 무산으로 정상회담 일정이 중도에 끝나자 회담장인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숙소로 돌아와 두문불출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트럼프 대통령과 작별하며 웃는 얼굴이 베트남에서 공개된 마지막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은 2일 오전 9시30분께 호찌민 주석 묘에 헌화한 뒤 10시께 전용차로 베트남 북부 랑선성 동당역으로 이동해 기차로 갈아타고 돌아갈 예정이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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