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이 15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평양/AP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15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중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과 러시아 <타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과의 핵협상을 계속할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을 유지할지 등을 곧 결정해 공식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최 부상은 밝혔다.
최선희 부상은 이날 외교관들과 외신들을 상대로 한 회견에서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에 상응하는 조처들을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하거나 협상을 계속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고 통신들은 전했다. 최 부상은 지난달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깊은 실망감을 밝히면서, 미국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렸다”고 말했다.
최 부상은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의 “이상한(eccentric)” 협상 태도”에 실망했다면서도, “최고 지도자간의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도 놀랄 만큼 완벽하다(chemistry is mysteriously wonderful)”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에는 문제가 없고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하려 했으나,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협상을 방해했다는 판단을 내비친 것이다.
최 부상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유예는 전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려 있고, 단시일 안에 김 위원장이 “입장을 명확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상은 “(하노이 회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김 위원장은 ‘우리가 무엇 때문에 이런 기차 여행을 다시 하겠는가’라고 말했다”면서 “미국의 강도 같은 태도가 상황을 위기에 빠뜨렸다. 우리는 미국에게 어떤 식으로든 양보하거나 , 이런 식의 협상을 할 뜻이 없다”고도 말했다.
최 부상의 이날 기자회견은 우선 미국의 양보를 압박하면는 것으로 해석된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가 무산된 뒤, 미국이 북한에 ‘빅딜’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이 다른 제안을 가져오든지 한국이나 중국이 중재하라고 요구를 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먼저 움직이지는 않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조 연구위원은 “미국이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더이상 양보는 없을 것이라는 뜻을 밝힐 만큼, 미국이 새 제안을 내놓지 않으면 북한이 일단 협상을 중단하고 기다리는 쪽으로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15일 미국이 ‘일괄타결·빅딜’ 입장을 고수하는 한 북미 협상 재개가 어려울 것이라며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조선신보>는 이날 ‘조미가 생산적인 대화들을 이어나가기 위한 요건’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의 일괄타결·빅딜 입장을 ‘패권적 발상’이라며 “‘영변+α’, ‘핵과 탄도미사일 포기’의 일방적 요구를 내걸고 ‘일괄타결’, ‘빅딜’을 제창한다면 생산적인 대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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