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유민주사상에 접근한 상태”라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이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한국국방연구원 안보학술세미나 기조강연에서 “김대중-김정일, 노무현-김정일 시대와 비교해볼 때 대화 상대가 바뀌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송 장관은 이어 “김 위원장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찾아가 전쟁할테니 지원해달라고 하면 그게 가능하겠느냐“며 “이제는 우리도 한국전쟁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과 화생방(무기)만 빼면 북한을 겁낼 이유가 없다”며 “(북한의 군사력에 대한) 정량분석에 치우치다 보니 북한이 강한 것처럼 느껴진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송 전 장관은 북한 사회의 변화, 주민들의 인식 변화도 북한이 더는 군사적 대결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꼽았다. 북한의 배급체제는 평양에서만 겨우 유지되고 있고,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시장체제가 들어섰으며, 북한 주민들도 시민의식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에서는 동구권이 무너질 때 ‘서구 자유사회의 노예가 될 거다’라며 자력갱생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한 세기가 지난 지금 그것이 잘못된 길이었고 ‘고난의 행군’이 비참한 것이었다는 점을 주민들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평양에서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과 함께 서명한 ‘9·19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의 역사적인 의미도 강조했다. 그는 “당시 대통령의 의도를 받들어 '일방적 양보는 없다' '꼭 상대적으로 하라' '한 번에 다 하지 말라' '과거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미래지향적으로 하라’는 지침들을 갖고 임했다”며 “(남북이) 상호신뢰를 구축해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분야 협력을 견인하려면 이 군사합의는 꼭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몇 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이 합의서가 대한민국 역사를 바꿔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계기로 평가받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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