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왼쪽)이 지난달 31일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회동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한국과 미국은 현시점이 북-미대화 재개와 실질적 진전을 위한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대화를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미국은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모든 공약에서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 협상을 계속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일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열리고 있는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북핵 협상 수석대표 협의를 열어 이렇게 뜻을 모았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이 본부장과 비건 대표는 한·미 양국 간 공조가 긴밀히 이뤄져 왔음을 평가하고, 앞으로도 소통과 협의를 계속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이날 협의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난관에 봉착한 비핵화 협상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매우 중요한 시기’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등 대화 재개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표현이 눈에 띈다. 미국이 먼저 '셈법'을 바꿀 것을 요구하는 북한을 향해 우선 대화에 복귀할 것을 강하게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본부장은 지난달 30일 제주포럼 기조연설에서 “기회의 창이 무기한 열려있는 게 아니다”라며 북-미 대화 재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미국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유해 송환 등 1차 북-미 정상회담 공약의 진전을 언급하며 협상 의지를 밝힌 대목이 주목된다. 이날 협의 내용은 외교부가 보도자료를 내어 공개했으나, 미국 입장으로 언급된 부분은 모두 미국이 동의한 문구로 알려졌다.
한국과 미국, 일본의 북핵 협상 수석대표들은 앞서 지난달 31일 샹그릴라 호텔에서 3자 협의를 열었다. 이 본부장은 회동을 마친 뒤 “한·미·일 수석대표들이 여러가지 이슈들에 대해 긴밀하게 이야기를 잘해왔고, 그동안 잘 협조해왔듯이 앞으로도 계속 협조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북-미, 남북 접촉이 조만간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느냐고 묻자 “모든 주제가 다 이야기됐다”고 답했다.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들의 만남은 지난 3월 초 워싱턴 회동 이후 거의 석 달 만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회동에 앞서 “이번 만남은 하노이 이후 상황을 점검·평가하고, 대화 국면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적절한 대북 메시지를 조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제주포럼 기조연설에서 “시간이 더는 우리 편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며 “협상국 간 신뢰를 쌓고 대화 절차를 재개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싱가포르/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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