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노역형’ 보도 이틀 만에
“2일 김정은 위원장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공연관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제2기 제7차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에서 당선된 군부대들의 군인가족예술조조경연을 관람했다고 <노동신문>이 3일치 1면으로 보도했다. 이날 공연에는 최근 ‘신변 이상’ 논란이 끊이지 않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흰색 원)도 참석해 ‘건재’를 확인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신변 이상’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어온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52일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일 ‘군인가족예술소조공연’을 관람했으며, 이 행사에 김영철 부위원장도 참석했다고 3일치 1면 전면 기사로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부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 왼쪽 다섯번째 자리에 앉았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지난 4월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확대회의(9일)와 전원회의(10일), 최고인민회의(11~12일)에 참석했으나,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태양절(4월15일) 계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등 중요 정치행사에 잇따라 불참해 ‘신변 이상’ 여부를 두고 논란이 가시지 않아 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12일 노동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새로 선출된 국무위원들과 찍은 기념 사진, 뒷줄 맨 가운데가 김영철 부위원장이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심지어 <조선일보>는 5월31일치 1면 머리기사와 3면 전면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물어 관련자들을 처벌했으며, 김영철 부위원장은 “‘혁명화조치’(강제노역 및 사상교육)를 당해 자강도에서 강제 노역 중”이라고 ‘북한 소식통’의 말을 따서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5월30일치에서 “‘김영철 사단’의 몰락”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그뒤 하노이 회담 북쪽 관련자들의 ‘처형·숙청설’의 사실 여부를 둘러싼 논란과 함께 김정은 위원장의 정책 기조가 ‘강경 선회’하는 거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으로 이어지는 등 파장이 만만치 않다.
5월31일치 <조선일보> 1면.
국가정보원은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한 국회 정보위원회의 문의에 김영철 부위원장과 관련해 “당 전원회의(4월10일)에서 당 부위원장으로, 최고인민회의(4월11일)에서 국무위원에 선임된 이후 추가적으로 확인해드릴 수 있는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김영철 부위원장이 노령 등 여러 이유로 지난해보다 역할이 줄었을 수는 있겠지만, 당부위원장과 국무위원직을 유지하는 등 실각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잠정적 판단’을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공개석상 등장을 두고, 대남정책 등 재점검 작업의 일환인 ‘통일전선부 검열’이 끝났거나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 북쪽이 곧 남북관계와 관련한 행보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기대섞인 관측도 나온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 LIVE_파일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