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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국내산 쌀 5만t부터 WFP 통해 북한 지원

등록 2019-06-19 21:02수정 2019-06-19 22:11

정부, 대북 대규모 쌀 지원 앞서 ‘징검돌’
김연철 “9월전 전달되도록 최선”
대북 직접지원 막히자 간접지원
농민·보수 반발 감안 국내산 보내

2016년 북한의 한 세계식량계획(WFP) 지원 공장에서 직원들이 식량을 쌓고 있다. 세계식량계획 제공
2016년 북한의 한 세계식량계획(WFP) 지원 공장에서 직원들이 식량을 쌓고 있다. 세계식량계획 제공
정부가 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국내산 쌀 5만t을 북한에 지원한다. 필요 예산은 127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양곡관리특별회계’(양특회계)에서 1천억원, 남북협력기금에서 270억원을 충당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북한의 식량 상황을 고려해 그간 세계식량계획과 긴밀히 협의한 결과, 우선 국내산 쌀 5만t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김 장관은 “벼 상태로 보관해온 정부 비축미 중 ‘상’품을 도정해 현물 공여할 계획”이라며 “(5~9월 춘궁기를 고려해) 9월 이전에 전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북한에 대한 추가적 식량지원의 시기와 규모는 지원 결과 등을 보아가며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필요량에 비해 136만t(세계식량계획·유엔식량농업기구 공동조사 보고서)~148만t(김성 유엔 북한대표부 대사)이나 부족해 “최근 10년간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는 북한 식량난을 고려한 동포애와 인도주의 정신에 따른 조처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잡으려는 ‘선의의 마중물’이다.

또한 ‘세계식량계획과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대북 영양지원·모자보건 사업 남북협력기금 800만달러 지원’(6월11일 송금 완료)과, 아직 확정되지 않은 ‘국내산 쌀 대규모 대북 직접지원’ 사이에 있을지 모를 ‘긴 공백기’의 악영향을 줄이려는 징검돌 놓기이기도 하다.

정부는 내부적으론 ‘국내산 쌀 대규모 대북 직접지원’ 원칙을 세워뒀다고 전해진다. 앞서 정부는 5월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대북 식량지원 문제는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국제기구(세계식량계획)를 통한 지원 또는 직접지원 등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혀 ‘대북 직접지원’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연철 장관도 ‘국내산 쌀 5만t’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우선”이라는 수식어를 앞에 붙였다.

정부는 식량지원이 필요한 이유로 “①‘최근 10년간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는 북한 식량난 ②동포인 북한 주민(인민)이 겪는 생존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음 ③남북 화해협력과 동질성 회복 기여 ④국제사회 (대북) 제재와 무관 ⑤북-미 간 신뢰와 긍정적 분위기 조성에 기여” 등 5가지를 꼽았다. ‘다목적 지원’이다.

정부가 대북 직접지원이 아닌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카드를 12년 만에 꺼낸 배경엔 유엔·미국 등의 고강도 제재와 그에 따른 ‘운송의 어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식량지원은 물량이 많아 육로가 아닌 해상 운송이 불가피한데, 운송 선박과 관련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면제 결정’을 얻어내야 한다. 한국 정부가 나서기보다 유엔 인도주의 기구이자 지금도 북한에서 50여명이 활동하는 세계식량계획이 ‘제재의 벽’을 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정책 판단이 깔려 있다. 분배 모니터링도 세계식량계획이 전담한다.

상대적으로 값이 싼 타이·베트남·중국산 쌀이 아니라 ‘국내산 쌀 5만t’을 지원하기로 한 데에는 국내 농민·농업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정책적 고려와 함께, 농촌을 지역구로 둔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 의원들의 암묵적 지지를 얻어내려는 정무적 고려도 깔려 있다.

국내산 쌀은 재고가 130만t에 이르고, 한 해 창고 보관료만 4800억원이 넘어 재정 낭비가 심각한 수준이고 농민의 불만도 높다. 국내산 쌀 5만t 지원에 필요한 비용은 통일부가 원활한 대북정책 수행을 위해 관리·운용하는 남북협력기금에서 270억원, 국내 농업·농민 지원 목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운용하는 양특회계에서 1천억원을 조달한다. 예산 투입 측면만 보면 국내 농업·농민 지원 비중이 더 크다.

정부는 이번 지원을 징검돌 삼아 머지않은 적절한 시기에 ‘국내산 쌀 대규모 대북 직접지원’ 카드를 꺼내 여론 영향력이 큰 이산가족 문제 진전을 포함한 남북관계 개선의 촉매로 활용하리라 예상된다.

이제훈 노지원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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