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북쪽 지역으로 넘어가(왼쪽 사진) 다시 악수한 뒤(가운데 사진) 함께 남쪽으로 넘어오고 있다. 판문점/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경’한 첫 현직 미국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마치고 “오늘이 바로 그 역사적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3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위해 판문점을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 3시44분께 먼저 나와 김 위원장을 기다리는 가운데, 곧이어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북미 정상은 오후 3시46분께 군사 분계선 위에서 만나 악수를 나눴고,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악수를 마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내가 이 선을 넘어도 되느냐” 묻자 김 위원장이 “한 발자국만 넘으면 이쪽(북쪽) 땅을 밟는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되신다”고 답한 뒤였다.
경계석을 넘어 월경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두드리며 친근함을 표하기도 했다. 이어 두 정상은 북쪽으로 10여미터 가량을 걸어 판문각 앞에서 마주보고 기념사진을 촬영한 뒤 다시 한번 악수를 나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남쪽을 향해 내려와 다시 한번 분계선을 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G20에서부터 여기 오는 것을 매우 고대해 왔고, 이렇게 군사분계선을 넘는 등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김 위원장은 “사상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 “좋지않은 과거를 청산하고 좋은 앞날을 개척하는 남다른 용단”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며 화답했다.
실제로 미국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은 퇴임 뒤인 1994년 북한을 방문했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2009년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만났지만, 현직 대통령으로서 북한 땅을 밟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초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66년만에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만났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후 자유의 집에서 대기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3시51분께 현장으로 나오면서 남북미 세 정상이 함께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남북미 정상은 3시54분께 자유의 집으로 이동했다. 자유의 집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만 2층 회담장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서 김 위원장은 “사전에 합의된 만남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있는데, 어제 트럼프 대통령이 의향 표시한 것에 나 역시 깜짝 놀랐다”며 사전에 예정됐던 만남이 아님을 강조했다. 또 “분단의 상징이고 나쁜 과거를 연상케 하는 장소에서 만난 것, 오랜 적대관계였던 두 나라가 평화의 악수를 한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저희는 굉장히 좋은 관계를 지금까지 만들어 왔다”며 “군사 분계선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언론에서 말하듯 역사적 순간인데, 정말 그런 것 같다”고 화답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오지 않았다면 내가 민망했을 것”이라며 “저를 이렇게 직접 만나주셔서 감사하다”고 만남이 성사된 데 대한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53분간의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 앞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남쪽으로 넘어온 데 대한 질문에 “제가 ‘남쪽으로 같이 갈 수 있겠습니까’ 묻자 김 위원장이 ‘영광이죠’라고 대답했다”며 “나 역시 북쪽 땅을 밟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또 이번 만남에 대해 “굳건하고 생산적인 만남이었다. 지금까지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다. 오늘 이후 지금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낳을 것” “1시간 가까이 회담을 했다. 전 세계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특히 “(북미 대화가)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이고 긍정적인 이벤트였다”고 밝힌 그는 북한의 최근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미사일이 아니라, 테스트였을 뿐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 때는 산이 흔들릴 정도의 핵실험을 했다”고 일축하며 “지금은 아주 좋은 길에 놓여 있다. 아주 훌륭한 하루였다”고 회견을 마무리지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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