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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김정은, ‘방북’ 왕이 외교부장 왜 안 만났을까?

등록 2019-09-05 15:53수정 2019-09-05 19:56

노동신문, 김정은-왕이 만남 불발 간접 확인 방북 중 외교부장, 북 최고지도자 만남 불발은 20년 만
김 위원장 북-미 수싸움 와중 만남 부적절 판단한 듯
북-중 관계 ‘이상 징후’는 아니라는 해석이 다수
김 위원장 10월 초 방중 가능성 배제 못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20일 평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20일 평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북한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지 않았다. 북쪽 최고지도자가 방북한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지 않은 전례가 없지 않지만 매우 드문 일이다. 김 위원장은 왕이 부장이 지난해 5월2~4일 방북했을 땐 직접 만났다.

왕이 부장은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따뜻한 인사와 훌륭한 축원”을 전해달라고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한테 부탁했다고 <노동신문>이 5일 전했다. 김 위원장이 왕이 부장을 만나지 않았음을 간접어법으로 확인한 셈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시 주석의 친서를 왕이 부장이 전달했다는 뜻”이라며 “김 위원장의 방중 초청 내용이 담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왕이 부장의 방북 일정에 애초부터 김 위원장과 만남 계획이 없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김정은-왕이 만남’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 “소식이 있으면 제때 발표하겠다”고 답해 만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더구나 1999년 10월 탕자쉬안 당시 외교부장 방북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사례 정도를 빼고는 지난 20년 사이에 이런 식의 만남 불발은 없었다.

김 위원장이 예상을 깨고 왕이 부장을 만나지 않은 데에는 장기 교착 조짐을 보이는 한반도 정세, 특히 북-미 실무협상을 포함한 대미 전략에 대한 고려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3차 북-미 정상회담의 가늠자가 될 실무협상의 의제와 시기 등을 두고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막바지 기싸움” “치열한 수싸움”을 하는 와중에 뭔가를 외부에 내놓기에는 시기와 모양새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으리라는 것이다. 국면 교착을 풀 실마리를 내놓는다면 김 위원장이 기싸움에서 머리를 숙이는 모양새가 될 수 있고, 대미 강경 발언을 쏟아낸다면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관계를 훼손할 위험이 있어서다.

북-중 관계에 밝은 전직 고위관계자는 “‘핵 협상’에 사활을 걸고 있는 김 위원장으로선 시 주석이 북한 카드를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완화하도록 도와줄 여유가 없고, 그만큼 유연성의 폭이 넓지 않다”고 짚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일행이 3일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인민지원군 전사자들의 유해가 묻힌 안주시 중국인민지원군열사능원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일행이 3일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인민지원군 전사자들의 유해가 묻힌 안주시 중국인민지원군열사능원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그러나 이를 북-중 관계 ‘이상 징후’로 볼 이유는 없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지난해 3월 이후 김 위원장의 네차례 방중과 지난 6월 시 주석의 방북을 거치며 북-중 관계가 “새로운 전성기”라 불릴 정도로 상호 교류가 활발해서다. 북한의 군 서열 1위인 김수길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8월16~20일 방중해 먀오화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 정치공작부 주임과 ‘고위급 군사회담’을 했고, 강윤석 중앙재판소장이 7월15~20일 방중해 ‘북-중 사법협력 양해각서’를 맺었다. 리수용 부위원장은 4일 “조중 친선협조 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승화발전”시키자고 했고, 왕이 부장은 “중국은 조선의 동지, 벗으로 언제나 함께 있겠다”고 화답했다. 외교안보 분야 원로는 “김 위원장이 왕이 부장을 만나지 않은 사실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심사는 김 위원장이 ‘신중국’ 창건 70돌(10월1일), 북-중 수교 70돌(10월6일) 즈음에 중국을 방문하느냐다. 북-중 관계에 밝은 전직 고위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방중할 가능성이 있다”며 “간다면 시 주석을 만나 핵 문제와 관련한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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