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의 북한 협상대표로 참석한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10월7일 귀국길에 경유지인 베이징에 도착해 추후 회담 여부는 미국에 달려있다면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 실무협상 북쪽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14일 “우리는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면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미국과 마주 앉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10월 초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합의 실패 뒤 북쪽이 ‘임의의 장소·시간에 마주 앉을 용의’를 이렇게 직접적으로 밝힌 건 처음이다. 북-미 사이 물밑 협의가 이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김명길 대사는 <조선중앙통신>으로 발표된 ‘담화’에서 “최근 미 국무성 대조선정책특별대표 (스티븐) 비건은 제3국을 통해 조미 쌍방이 12월 중에 다시 만나 협상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며 이렇게 밝혔다.
다만 김 대사는 “(비건 대표가) 협상 상대인 나와 직접 연계(연락)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제3자를 통해 이른바 조미관계와 관련한 구상이라는 것을 공중에 띄워놓고 있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것은 도리어 미국에 대한 회의심만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 쪽이 해결책을 마련했다면 우리에게 직접 설명하면 될 것”이라며 “나의 직감으로는 미국이 아직 우리에게 만족스러운 대답을 줄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며 미국의 대화 제기가 조미 사이의 만남이나 연출해 시간벌이를 해보려는 술책으로밖에 달리 판단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명백히 하건대 나는 그러한 회담에는 흥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비건 특별대표가 ‘해결책’을 마련해 김 대사한테 직접 제안·연락하라는 주문이다.
김 대사는 ‘해결책’과 관련해 “적대시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고 정세 변화에 따라 순간에 휴지장으로 변할 수 있는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 같은 부차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우리를 협상에로 유도할 수 있다고 타산(계산)한다면 문제 해결은 언제 가도 가망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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