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는 지난 3일 발생한 중부전선 비무장지대 총격 사건이 “북의 의도적 도발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면서 그 근거로 북한군이 사용한 고사총의 유효사거리를 들었다. 유효사거리가 1.4㎞여서 남한과 북한의 경계초소 거리에 못 미친다는 주장이었다.
군당국이 지난 3일 북한군의 지피(GP·경계초소) 총격 사건을 ‘의도적 도발’로 볼 수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북한군 화기의 유효사거리가 남북 지피 간 거리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들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사실을 오도한 경위에 대해 정확히 해명하지 않아 오발이냐 도발이냐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지난 3일 총격 직후 언론 브리핑에서 총격을 받은 남한 지피와 북한 지피의 거리가 1.5~1.9㎞여서, 북한군이 총격에 사용한 화기의 유효사거리에서 벗어나 있다는 취지로 “북한군이 의도적 도발을 하려고 했다면 유효사거리 범위 내에서 해야 하는 게 상식”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이 관계자는 북한군이 총격에 사용한 화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합참은 다음날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에게 북한군의 화기가 14.5㎜ 고사총으로 보인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북한군의 대공화기인 14.5㎜ 고사총의 유효사거리가 3㎞라고 합참 스스로 밝힌 게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합참은 2018년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북한 지피의 보유 화기에 대해 에이케이(AK) 자동소총과 73년식 기관총, 7호 발사관(RPG-7), 투척기, 14.5㎜ 고사총, 82㎜비반충포 등 6가지를 들며 14.5㎜고사총의 유효사거리를 3㎞라고 적시하고 있다. 고사총의 유효사거리가 3㎞면 남북 지피 간 거리 1.5~1.9㎞는 고사총의 유효사거리 범위 안에 있게 되기 때문에 합참 관계자의 당시 설명은 거짓이 된다.
논란이 일자,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7일 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해당 화기의 최대사거리는 8㎞, 유효사거리는 1.4㎞로 보고 있다. 국회 보고 자료에 유효사거리가 3㎞로 나와 있는 부분은 왜 그런 평가가 나왔는지 좀더 확인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합참이 불과 2년 전 국회에 제출한 자료의 신뢰성에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는 궁색한 변명을 한 것이다. 고사총의 유효사거리는 대공화기로 쓸 땐 1.4㎞이고 지상 목표물을 향해 쏠 땐 3㎞로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당시 합참 관계자가 고사총의 유효사거리를 거론하면서 대공화기로 사용할 때의 유효사거리를 적용한 것은, 북한의 총격이 의도적인 도발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의도적이든 아니든 사실상 언론을 오도해 오히려 합참의 설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 많다. 또 거짓이 드러났는데도 사리에 맞는 해명도 없이 뭉개고 넘어가려는 태도도 장기적으로 군에 대한 불신만 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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