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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청와대-노동당 직통전화 차단…남북 ‘신뢰 안전판’ 위태

등록 2020-06-09 16:06수정 2020-06-10 02:30

[북, 남쪽에 강경책 왜]
작년 10차례, 올해 3차례 대북전단 살포돼
‘판문점 선언 위반’ 적대행위로 여기고
코로나 방역 무력화 의도 강한 경계
내부 기강 잡아 경제난 극복 의지도

[남북관계 어디로]
김여정 담화, 군사합의 파기 언급 이어
5일 “접경지 골머리 아파할 일” 경고
교류 중단 넘어 군사 갈등 배제 못해
외교안보쪽 “대통령 결단 필요한 때”
북한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남한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난하는 가운데 각지에서 대북전단 살포에 항의하는 청년학생들의 시위 행진이 벌어졌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누리집 갈무리
북한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남한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난하는 가운데 각지에서 대북전단 살포에 항의하는 청년학생들의 시위 행진이 벌어졌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누리집 갈무리

남북관계가 2018년 4·27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후퇴할 위기에 몰렸다. 북쪽이 9일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교류 중단 차원을 넘어 군사 갈등·충돌로 번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북쪽의 추가 조처와 우리 정부의 대응에 따라 남북관계의 변화 폭과 진로가 달라질 여지는 있다.

대북전단을 문제 삼은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4일 담화부터 9일 <노동신문>에 실린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 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버리는 조치를 취함에 대하여”라는 ‘조선중앙통신사 보도’(<중통> 보도)에 이르기까지 북쪽의 행보엔 몇가지 주목할 대목이 있다.

첫째, 대북전단을 “최고존엄과 전체 조선인민에 대한 모독”이라 규정했다. 둘째, 최근의 대북전단 살포를 “북남관계 파국의 도화선”이자 “남조선 당국의 은폐된 동족 적대시 정책”의 발현으로 규정하며, 그 책임을 남쪽 당국에 물었다. 9일 ‘보도’에선 “그렇지 않아도 계산할 것이 많다”며, 그동안 문재인 정부에 누적된 불만이 터졌음을 숨기지 않았다. 대북전단만이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셋째,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 총괄” 책임자로 전면에 나섰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리인으로 2018~2019년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깊이 관여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함께했다. 넷째, 4일 ‘김여정 담화’부터 9일 ‘<중통> 보도’까지 빠짐없이 <노동신문>에 대서특필됐다. <노동신문>은 노동당 중앙위 기관지로 북쪽에서 공식성이 가장 강한 ‘인민 필독 매체’다. 이번 국면엔 대남 압박·조처뿐만 아니라 내부 수요도 있다는 방증이다.

북쪽이 “대남사업 부서들의 사업 총화 회의”의 공식 결정을 <노동신문>에 보도한 만큼, ‘말’을 넘어 ‘실행’을 전제한 행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신뢰의 상징인 “조선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 통신 연락선 완전 차단” 조처는 남북관계의 마지막 안전판조차 위태롭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다만 아직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지는 않아 ‘기회의 창’을 완전히 닫은 건 아니다.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대응 기조와 방향, 속도가 관건이다.

대북전단 살포는 전에 없던 일은 아니다. 북쪽도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5일)에서 “지난해에도 10차례, 올해에는 3차례 삐라를 뿌렸는데”라고 했다. 그런데 왜 이번엔 이렇게 강하게 문제 삼을까?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대북전단 살포는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 중지”를 명시한 4·27 판문점선언 위반이다. 둘째, 코로나19 확산 두려움이다. 북쪽은 1월28일 ‘국가비상방역체제’로 전환해 국경을 폐쇄하고 정식 수입 물품도 “10일간 자연방치 뒤 24시간 간격 세차례 사흘간 소독” 방역지침을 시행한다. 대북전단은 수거·방역이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3월 초 일부 탈북민이 이용하는 익명 커뮤니티에 “북한 지역 코로나 확산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며 “코로나 환자들이 사용하던 물품을 구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삭제된 일이 있다. 남쪽이 4·27 판문점선언 두해가 지나도록 대북전단 문제를 방치한다는 불만에 대북전단을 매개로 한 ‘코로나19 외부 유입 공포’까지 겹쳐 불만이 폭발했을 수 있다. 통전부 담화의 “남측의 더러운 오물을 계속 수거하며 피로에 시달려온 우리”라는 언급은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이 대북 전단을 고리로 한 대남 강경 기조를 사회 기강 다잡기와 ‘자력갱생식 정면돌파전’ 독려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조짐도 보인다. “탈북자 쓰레기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판이 내걸린 항의군중집회, 평양종합병원 건설 노동자들이 “불타는 적개심을 안고 치열한 철야전을 더욱 드세게” 펼치고 있다는 <노동신문> 9일치 1면 기사가 한 사례다.

“단계별 대적 사업 계획들을 심의”했다는 북쪽이 9일 남북 사이 모든 통신선 차단에 이어 취할 대남 조처는 사실상 이미 예고된 상태다. 첫 후속 표적은 통전부 담화로 “결단코 철폐할 것”이라 공언한 개성 공동연락사무소일 가능성이 높다. ‘김여정 담화’에선 ①“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②“(개성) 북남공동연락사무소 폐쇄” ③“(9·19) 북남군사합의 파기”를 열거했다. 북쪽은 “남조선 당국과 더는 마주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9일 <중통> 보도)며, “남쪽에서 법안이 채택돼 실행될 때까지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골머리 아파할 일판”(5일 통전부 담화)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전직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판문점선언 이행 차원에서 대북전단에 원칙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하며 관련 입법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궁극적으로 대북 제재에 묶인 남북관계의 자율성을 높일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분야 고위 인사는 “북쪽의 불만 표출이 남쪽을 넘어 미국을 향해 번질 수 있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 ‘시한폭탄’의 초침이 움직이기 시작한 셈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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