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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떠나는 김연철 “증오로 증오를 이길 수 없다, 멈춰야 한다”

등록 2020-06-19 16:33수정 2020-06-19 22:26

김연철 통일부장관 19일 오후 이임식
“남북관계 위기 국면 진입
실망과 증오의 감정 주고받는 상황
새 상처 덧붙이면 치유 어려워
저의 물러남이 멈춤의 기회 되길”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제40대 통일부 장관 이임식’을 마친 뒤 통일부 직원들한테 인사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제40대 통일부 장관 이임식’을 마친 뒤 통일부 직원들한테 인사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9일 “결코 증오로 증오를 이길 수 없다.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연철 장관은 이날 오후 4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진행된 ‘제40대 통일부 장관 이임식’에서 “남북관계가 위기 국면으로 진입해 실망과 증오의 감정을 주고받는 현재의 상황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그러고는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저의 물러남이 잠시 멈춤의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 장관은 “남북관계에는 치유할 상처가 많아 관계 악화의 시기가 오면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이 다시 등장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상처를 덧붙이면 치유는 그만큼 어려워진다”고 짚었다.

김 장관은 ‘증오’와 ‘멈춤’의 주체를 특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남과 북 모두에 ‘자제’를 호소한 셈이다.

김 장관은 “(통일부가) 주어진 권한에 비해 짊어져야 하는 짐은 너무나 무거웠다”면서도, 통일부 직원들한테 남북관계의 파란만장을 헤쳐갈 ‘의지의 낙관’을 당부했다. 김 장관은 “앞으로도 한동안 비바람이 세차게 불 것”이라면서도 “중국 영화 <인생>에 ‘살아 있으면 좋은 날이 오겠지’라는 대사가 있다. 넘어지지 않고 고비를 견디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위로의 말을 남겼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친 뒤 떠나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친 뒤 떠나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 장관은 삼성경제연구소와 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 통일연구원장을 거쳐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남북관계 전문가로 지난해 4월8일 장관에 취임했으나 위기의 남북관계의 제단에 ‘통일부 장관 사퇴’라는 제물을 올리고 1년 2개월 만에 퇴임했다.

앞서 김 장관은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16일)하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나서 ‘4가지 군사행동’을 공언(17일)하자, 17일 오후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지고, 분위기 쇄신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김 장관과 만찬을 함께한 뒤 19일 오전 김 장관의 사의를 받아들였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김연철 통일부 장관 이임사 전문>

사랑하는 통일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제 40 대 통일부장관의 자리를 내려놓고 여러분 곁을 떠납니다. 그동안 저를 믿고 험난한 여정을 묵묵히 함께해 준 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동시에 무거운 짐만 남겨둔 채 떠나게 되어 정말 미안합니다 .

남북관계가 위기 국면으로 진입했습니다. 실망과 증오의 감정을 주고받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결코 증오로 증오를 이길 수 없습니다. 남북관계에는 치유할 상처가 많습니다 . 관계 악화의 시기가 오면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이 다시 등장합니다 .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상처를 덧붙이면 치유는 그만큼 어려워집니다.

여기서 멈추어야 합니다. 저의 물러남이 잠시 멈춤의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통일가족 여러분에게는 미안함 투성이입니다. 저와 함께하는 동안 신나는 일도 웃을 일도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신명나게 일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장관으로서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고생하는 여러분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때였습니다. 주어진 권한에 비해 짊어져야 하는 짐은 너무나 무거웠습니다.

앞으로도 한동안 비바람이 세차게 불 것입니다. 중국 영화 ‘인생 ’ 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살아있으면 좋은 날이 오겠지” 넘어지지 않고 고비를 견디면 기회가 올 것입니다.

그동안의 비판과 질책은 모두 제가 안고 떠나겠습니다. 저의 사임이 지금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쇄신하고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과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어느 자리에 있건 늘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통일가족 여러분 ,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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