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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미국, 8월 한반도에 B-52 등 전략자산 전개할까?

등록 2020-06-21 11:34수정 2020-06-21 13:51

브룩스 전 사령관 “대북압박 높이는 방법 추구해야”
헬비 국방부 차관보도 미 전략자산 “평화·안정에 도움”
미, 지난해 5월 이후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안해와
17일 B-52(전략폭격기) 동해·오키나와 해역에 띄워
미-일 연합해 대북 군사압박 강화한다는 의미인 듯
미 공군 지구권타격사령부(AFGGC)의 B-52 전략 폭격기와 미 해군의 EA-18G 그라울러가 18일(미국시각) 북태평양 쿠릴열도 주변을 비행하고 있다. 가운데 커다한 기체가 B-52이다. ♣H6미 공군 지구권타격사령부 트위터
미 공군 지구권타격사령부(AFGGC)의 B-52 전략 폭격기와 미 해군의 EA-18G 그라울러가 18일(미국시각) 북태평양 쿠릴열도 주변을 비행하고 있다. 가운데 커다한 기체가 B-52이다. ♣H6미 공군 지구권타격사령부 트위터
16일 북한이 ‘남북 화해’의 상징이던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한반도 정세를 격랑으로 몰고가자 미국 전직 관리들을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때마다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 미국의 ‘전략자산’들이다. 당장,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에서 미국 전략자산을 한반도로 전개해야할지를 두고 한-미 군 당국 간의 미묘한 힘 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17일(현지시각)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I)의 화상 세미나에서 자신이 지금 주한미군 사령관이면 “군사적 수단으로 압박을 높이는 방법을 추구할 것”이라며 “2018년 봄 이후 지속돼 온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단 사태를 해제하겠다고 발표하는 것과 같은 일을 뜻한다”고 말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이 자리에서 명시적으로 핵무기를 투하할 수 있는 전략 폭격기, F-35 등 적의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 항공모함, 핵추진 잠수함 등을 미국이 투입해야하는 전략자산으로 꼽았다. 데이비드 헬비 국방부 인도·태평양 차관보도 18일 북한의 최근 움직임을 “이례적 위협”(extraordinary threat)이라 부르며,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 “우리의 이익과 인도-태평영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전략자산’이란 전쟁의 승패를 결정할만큼 적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무기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반세기 넘게 동맹국들에 제공해 온 미국의 ‘확장억지’(핵우산)를 상징해 온 B-52, 초음속 비행능력을 자랑하는 B-1B, 스텔스 성능을 갖춘 B-2 등 ‘전략폭격기 3형제’와 미국의 항공모함, 핵추진잠수함 등을 의미한다. 때에 따라 여기에 고도의 스텔스 성능을 갖춘 F-22나 F-35 등을 전략자산으로 꼽기도 한다.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해당하는 화성-15형 등을 쏘아댔던 2017년 하반기엔 미국의 이런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총 출동시키며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었다.

하지만, 2018년 초 북-미 대화가 시작된 뒤 미국 전략자산이 한반도 전개에 대한 북-미의 입장은 묘한 균형을 이뤄 왔다. 북한은 그동안 자신들에게 치명적인 군사적 위협이 되는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동조해 왔다. 한 예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난 뒤에도 “우리는 커다란 폭격기를 괌에서 띄운다. 내가 처음 (임기를) 시작했을 때 한 장군이 ‘우린 괌에서 띄운다. 그것(한반도)는 바로 옆에 있다’고 말했다.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이 7시간이 걸린다. 그들은 수백만달러어치 폭탄을 퍼붓고 다시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후 미국은 지난 4월16일 2004년부터 괌의 앤더슨 기지에 배치해 두고 있던 5기의 핵 탑재가 가능한 B-52 전략 폭격기를 미 본토로 귀환시켰다. 당시 미 공군 당국자는 “전략폭격기는 항구적으로 미 본토에 두고, 필요에 따라 해외 거점으로부터 인도-태평양 지역에 전개할 수 있는 태세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미 공군 지구권타격사령부(AFGGC)의 B-52 전략 폭격기와 미 해군의 EA-18G 그라울러가 북태평양의 쿠릴열도 주변을 비행하고 있다. 가운데 커다한 기체가 B-52이다. ♣H6미 공군 지구권타격사령부 트위터
미 공군 지구권타격사령부(AFGGC)의 B-52 전략 폭격기와 미 해군의 EA-18G 그라울러가 북태평양의 쿠릴열도 주변을 비행하고 있다. 가운데 커다한 기체가 B-52이다. ♣H6미 공군 지구권타격사령부 트위터
이 같은 공약을 입증하듯 미 공군은 북한이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튿날인 17일 2기의 B-52를 동해와 오키나와 해상에 전개했다. 이 훈련엔 일본 항공자위대의 F-15 12기, F-2 4기도 참여했다. B-52는 한반도 상공엔 진입하지 않았지만, 미-일 양국이 한반도 주변에서 연합훈련을 진행하며 북한을 강하게 압박한 것이다. 미·일 양국 모두 이튿날인 18일 보도자료를 내 이번 훈련 사실을 알렸다. 항공자위대는 이번 훈련의 목적에 대해 “일미의 공동대처능력과 부대의 전술기량의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 초 북-미 대화가 시작된 뒤 미국 전략자신의 한반도 전개가 사실상 중단되자 북이 남에게 끈질기에 요구해 온 것은 한국 공군이 40기 도입 방침을 결정한 F-35A의 ‘도입 중지’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를 통해 남쪽에 요구할 경제협력 사안으로는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 군사분야와 관련해선 “외세와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 전략자산을 비록산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때 김 위원장이 도입 중지를 요구한 ‘전략자산’은 지난해 공군이 인수를 시작한 F-35A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후 북한은 지난해 <조선중앙통신> 논평 등을 통해 F-35A 도입을 여러 차례 맹렬히 비난해 왔다.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해 7월26일 정부에 대한 사실상의 최후통첩이었던 이른바 ‘권언’을 통해 “남조선 당국자들이 세상 사람들 앞에선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며 뒤돌아 앉아서는 최신 공격형 무기반입과 합동군사훈련 강행과 같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하루 빨리 지난해 4월(판문점 선언)과 9월(평양선언)과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고 요구했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미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연기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8월에 시행할 예정이다. 헬비 차관보가 언급한대로 미 국방부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이를 막아야 하는 입장에 설 수밖에 없어, 한-미 당국 사이에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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