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8월 말로 예정된 한-미 연합연습 일정을 연기하자는 요구가 여권에서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훈련의 규모와 방식은 물론 실시 여부 자체가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훈련을 미루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2017년 군사훈련 연기 조치가 남북관계 개선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다음달 예정된 한-미 군사연합훈련 일정 조정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2월 평창겨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올림픽 뒤로 미루자고 미국에 제안해 이를 받아낸 바 있다. 이를 계기로 북한은 올림픽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포함된 특사단을 보내며 ‘한반도 대화’에 적극 나섰다. 조정식 의장의 이날 발언은 최근 국가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 통일부 장관 등 핵심 외교안보라인이 교체된데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방한하면서,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조 의장의 연합훈련 시기 조정 요구는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군당국자는 조 의장의 발언과 관련해 “여당에서 한-미 연합연습 조정 등과 관련해 의견을 묻거나 협의를 요청한 적도 없는 것으로 안다. 문제 제기 차원에서 의견을 낸 것으로 이해한다”며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다.
국방부는 8월 말 한-미 연합연습은 정상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이 임기 내에 이뤄지기 위해선 이번에 한-미 간 전작권 전환 검증 연습이 정상적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래연합사의 ‘기본운용능력’(IOC)을 검증한 한-미는, 올해 ‘완전응용능력’(FOC) 검증, 내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을 마친 뒤 전작권 전환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8월 훈련을 건너뛰게 되면 전작권 전환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군당국의 설명이다.
문제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훈련에 참여할 미군 증원전력의 한국 입국이 어려울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선 지난 3월 연합연습처럼 일정 자체를 취소하거나, 참가 병력의 규모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그럴 경우 전작권 전환 검증 연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군당국의 고민이다. 게다가 미국은 규모를 축소할 경우 전작권 전환 검증보다 연합방위태세 점검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당국자는 “계획대로 8월 말 정상 시행을 전제로 훈련 준비를 해가면서 코로나19의 영향 등 상황을 모니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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