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미국을 방문해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트위터 갈무리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13~16일 미국 정부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해 미 행정부 고위관계자 등을 만나 상호 관심사를 논의한다고 15일 청와대가 발표했다. 서훈 실장이 3년 남짓 재임했던 국가정보원장직에서 물러나 7월3일 안보실장을 맡은 지 석달여 만에 이뤄진 첫번째 미국 방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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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실장의 방미는 형식상 코로나19 확산 탓에 왕래가 자유롭지 못해 뒤로 밀린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상견례 외양을 띤다. 실제로는 한-미 사이 이견이 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방위비분담금 협상 등 동맹 현안 조율, 11월3일 미국 대선을 전후한 과도기 혼란 상황을 염두에 둔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와 외교적 돌파구 탐색의 목적을 띤 방미로 풀이된다.
서 실장은 “14일(이하 현지시각) 오브라이언 보좌관과 만나 한-미 동맹이 굳건함을 재확인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서 실장의 방미는 “비핵화를 비롯한 북한 관련 문제 협의 및 동맹 주요 현안 조율 등 양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굳건한 한-미 동맹에 대한 미국 조야의 지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 대변인은 밝혔다. 서 실장은 15일 오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난다. 서 실장은 출국 전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오겠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긴급 현안이 있어 서둘러 출국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서 실장의 방미 시점은 13~14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의(SCM·에스시엠)와 일부 겹친다. 전작권 전환 문제에서 양국의 이견은 크다. 한국 쪽은 “조기 전환”을 바라지만, 미국 쪽은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라며 몸을 빼는 분위기다. 외교안보라인의 전직 고위관계자는 “서 실장의 방미는 에스시엠 측면 지원의 성격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서 실장이 오브라이언 보좌관 등을 만나 전작권 조기 전환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거듭 강조했으리라는 진단이다.
서 실장은 열병식 등 노동당 창건 75돌 경축 행사를 통해 드러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속내·구상과 관련한 한-미 고위급 차원의 정보 공유와 분석도 진행할 전망이다. 핵심은 미 대선 전후 한반도 정세 관리와 내년 초 정세 돌파의 실마리 찾기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코리아소사이어티 연설에서 거듭 제기한 ‘종전선언’ 관련 협의도 벌이리라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고 “전쟁을 억제하는 것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평화를 만들고 제도화할 때 우리의 동맹은 더욱 위대해질 것”이라고 ‘미국의 협력’을 호소했다.
아울러 서 실장이 방미 기간 “주요 싱크탱크(연구기관) 인사들도 만날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발표한 것으로 미뤄, 미 대선 동향을 현지에서 직접 살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쪽뿐만 아니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쪽도 접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훈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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