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당국자회담 ‘침묵’ 1월 개최 물건너가
‘유무상통’ 경협-개성관광 수개월째 제자리
“불신 자초…남북관계 안갯속 몰아” 비판 일어
‘유무상통’ 경협-개성관광 수개월째 제자리
“불신 자초…남북관계 안갯속 몰아” 비판 일어
북한이 남북관계의 방향에 대해 불성실하고 불투명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북한판 남순 강화’로 개혁·개방의 기대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정작 남북관계에서는 세 차례나 합의한 바 있는 군사당국자 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서조차 확실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스스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4일 남-북 군사당국자 회담의 전망에 대해, 아직 “반죽도 안 돼 있다”고 말해, 1월 개최는 물건너갔음을 분명히했다. 다른 당국자도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회담 개최 여부를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당국자 회담은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해서는 물론, 경제교류 협력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북한의 대화의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꼽히고 있다. 앞서 남북은 지난해 12월 제주도에서 열린 17차 장관급 회담서 군사당국자 회담을 ‘새해 들어 조속히 개최하기로’ 약속했다. 또 지난해 6월 15차 회담 때도 남북은 제3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을 백두산에서 열기로 했으며, 지난해 9월 16차 회담에서도 회담 개최에 인식을 같이한 바 있다.
남북관계 전반을 봐도 답보상태다. 개성관광은 시범관광을 했으나, 본격 관광은 제대로 된 논의도 못한 채 넉 달째 정체상태다. 백두산 시범관광은 그나마 남쪽이 부실공사를 보수하기 위해 추가로 피치 3500t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남쪽이 북에 경공업 원자재를 제공하고, 북쪽이 그 대가로 광물을 제공하는 ‘유무상통’ 경협 방식도 지난해 7월 제10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에서 합의됐지만 여러차례 실무회담을 했음에도 합의문 작성은 요원하다. 금강산 관광의 경우, 지난해 교통사고로 숨진 인민군 병사에 대한 보상으로 북쪽이 100만달러 상당을 요구하고 있어 차질을 빚고 있다. 북쪽은 교통사고 운전사에 대한 조사가 더 필요하다면서 사람조차 넘겨주지 않은 상태다. 현재 남북관계는 경추위 위원급 접촉의 창구만 열려있을 뿐이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비군사분야 회담과 군사회담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며 “(북한은) 군사당국자 회담을 통해 남북 회담을 잘 끌고가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중국에 대해서는 관대한 자세로 상호계약에 입각해 사업을 하면서도 우리한테는 까다롭게 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에 신뢰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남쪽과의 교류에 대해서도 신의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도 “북한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를 잘 풀어가겠다고 얘기한 만큼 대승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이용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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