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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기억해주지 않지만 실패보단 성공많아”

등록 2007-01-02 20:58

헤디 안나비 사무차장보
헤디 안나비 사무차장보
헤디 안나비 사무차장보
“사람들이 유엔의 실패는 잘 기억하고 성공은 기억해주지 않지만, 실패보다는 성공이 많았다.”

지난달 뉴욕 유엔본부에서 만난 헤디 안나비 유엔 평화유지활동 담당 사무차장보는 유엔의 존재의의를 강조하면서 “1948년 임시 활동으로 시작된 평화유지활동은 60년 동안 계속 성장했고, 당분간 유엔의 핵심기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기문 사무총장도 말했듯이, 안나비 사무차장보도 “반 총장이 임기 초기에 수단의 다르푸르와 레바논의 평화와 안정을 재건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적절한 상황이 오면’이라는 전제조건이 붙었지만 그는 “이라크에서도 유엔이 평화유지활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당연하지만 그는 한국의 레바논 파병 결정을 ‘환영’했다. “한국 정부와 상세한 파병 절차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1월 중에 협의를 마치고 1분기 안에 한국군이 배치될 것으로 희망한다.” 그러나 레바논 상황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그 역시 우려를 표명했다. “유엔군은 현재 레바논 남부의 비교적 안정된 상황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베이루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혼란 때문에 상황이 바뀔 우려도 있다. 레바논의 정치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평화유지군 활동과 중동 전체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그를 안타깝게 하는 건 유엔 내부의 문제다. 평화유지군 파병을 둘러싼 안보리 내의 분열과 안보리가 새로운 임무를 승인한 뒤에도 회원국들이 병력과 자금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평화유지군은 안보리의 승인을 받아 유엔 예산으로 활동하지만, 안보리의 복잡한 정치역학상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걸린 분쟁이나 분쟁 당사자가 유엔군에 반대할 때에는 파병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지역일수록 피해자들은 가장 절박하고 힘겨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유엔 활동의 효용성에 의문들이 제기된다. 최근 수단 다르푸르 파병에 대한 중국과 수단 정부의 반대는 이런 사례로 거론된다.

유엔 평화유지활동국(DPKO)이 창설된 1992년부터 이 일을 맡아온 안나비 사무차장보는 “많은 비판과 한계가 있지만 세계 평화를 위해 직접 활동한다는 점에서 평화유지는 유엔에서 가장 보람이 큰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분쟁 당사자들이 평화를 이루려는 의지가 있으면 유엔 평화활동은 성공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실의 한계 또한 인정해야 한다. “절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아스피린으로 암을 치료할 수는 없다. 조건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엔이 평화를 강요하고 기적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뉴욕/글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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