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30일 김대중 납치사건의 진상 발표 보고서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유감의 뜻을 밝혔으며, 일본 정부는 이를 사과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진상보고서 발표 이후 한국의 대응수준을 둘러싼 빚어졌던 두 나라의 미묘한 갈등관계도 봉합됐다.
유명환 주일 일본 대사는 30일 오후 김대중 납치사건 진상발표와 관련해 고무라 마사히코 외상을 예방해 한국정부의 유감의 뜻을 공식 전달했다. 유 대사는 이날 예방에서 1973년 8월 도쿄 그랜드팔레스 호텔에서 발생한 김대중 납치사건에 중앙정보부의 조직적 개입이 밝혀진 데 대해 “사건발생은 유감이다. 유사한 사건이 재발돼서는 안된다. 두 나라 관계가 부정적인 입장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주일 대사관쪽이 전했다.
이에 고무라 외상은 “한국 정부가 사죄를 표명함과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으로 이해한다”면서 “이를 계기로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가일층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두 나라는 한국정부의 대응을 둘러싼 신경전이 장기화되면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서로 조금씩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유감표명 외에도 일본쪽이 요구하는 재발방지 약속을 언급했으며, 일본 정부도 ‘사과’라는 문구에 집착하지 않았다. 앞서 유명환 대사는 26일과 29일 두 차례 고무라 외상 예방 신청을 했으나 일본쪽은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4일 진상조사 보고서에 대해 “명백한 주권침해”라며 한국 정부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특히 국정원 진상규명위원회가 보고서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김대중 납치사건과 관련해 한-일간 정치적 타결을 공동책임론을 제기한 데 일본의 보수·우익진영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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