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최근 3차례 방중 하나의 큰 틀 안에 있다”
북은 긴장완화 도움 얻고 중은 대미협상 강화 노려
북은 긴장완화 도움 얻고 중은 대미협상 강화 노려
1년 새 3차례나 중국을 찾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행보는 중국과 북한이 한반도 정세의 큰 그림을 새롭게 그려가는 ‘북-중 밀착 3부작’이라 할 만하다. 북-중은 기존 관례를 깬 김 위원장의 3차례 파격 방중을 통해 한반도 전략 목표를 공유해가고 있다.
북-중은 지난해 5월과 8월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고위층 교류, 경제협력 추진, 전략적 교류 강화에 합의하는 등 밀착관계를 과시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런 관계의 연장선상에서 지난해 8월 이후 새롭게 전개된 한반도 정세를 반영해 양국간 협력관계를 재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북-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는 북한의 후계구도 공식화,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연평도 포격사건, 미-중 정상회담, 비핵화 회담 3단계 방안 합의 등 숨가쁘게 돌아갔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최근 3차례 방중은 하나의 큰 틀에 있다”며 “다만 지난해 5월 방중이 천안함 사건 이후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후계구도도 불안정한 상황을 돌파하는 데 초점이 더 맞춰져 있었다면, 지난해 8월과 이번 방중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경제협력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경색국면을 돌파할 만한 새 제안을 내놓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의 양보 조처를 받아내려 기대하겠지만, 북한이 새 제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을 통해 내놓았던 무조건 남북대화 또는 무조건 6자회담 제안을 김 위원장이 직접 내놓았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든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국면 전환의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 이명박 대통령과 비슷한 시기에 정상회담을 한 중국은 한반도 ‘중재자’로서의 위상을 강조하며, 이번 정상회담 성과를 토대로 미국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방중을 수행하고 있는 ‘중국 외교 실무 사령탑’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직접 분위기 조성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과 미국은 지난 1월 정상회담과 이달 초 전략경제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깊이 논의하고 있다. 홍콩의 <명보>는 25일 “한반도는 이미 중-미 공동통치 시대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돌파구 마련을 위한 북한과 중국의 노력이 성과를 낳을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남쪽 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미국의 행보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국의 외교 노력이 통할지는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한반도 안정과 대북 영향력 확대라는 전략적 목표를 위해 공들여온 북한의 개혁개방도 김 위원장의 최근 3차례 방중을 통해 한걸음씩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중국 동북지역의 ‘창·지·투 개발’과 북한의 신의주 황금평, 나선 개발을 연계하는 구상이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뤼차오 랴오닝사회과학원 연구원은 24일 관영 <환구시보>에 “북한은 2004년 외국투자법 등 일련의 대외경제개발 정책을 제정했는데 대부분 중국의 경제개혁 초기의 법규를 참조했다”며 “2004년 이후 북한의 개혁 발걸음이 어떤 때는 빠르고 어떤 때는 느렸고, 어떤 조처는 적절하지 않고 어떤 조처는 큰 저항에 부딪혀 취소돼 버렸지만 북한의 혁신 추세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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