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상간 솔직한 대화 필요” 응답
내일 바이든 만날 박대통령 외교숙제
내일 바이든 만날 박대통령 외교숙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이 한-일 관계 개선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3일 도쿄에서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바이든 부통령 사이에 이뤄진 회담에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 등 주요 현안 외에 단연 화제로 떠오른 것은 악화일로로 치닫는 한-일 관계였다.
바이든 부통령은 회담 직후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지정을 언급하는 가운데 “미국에도 긴밀한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 우리 동맹국인 일본 및 앞으로 방문하게 되는 동맹국 한국과 (이 문제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도 회견장에서는 직접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회담 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선 일-한, 일-미-한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양국 사이에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정상들이 만나 솔직한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 대국적 관점에서 일-한 관계의 개선을 위해 끈질기게 노력해 가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든 부통령도 이 자리에서 “(정상회담을 실현시키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을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지난달 23일 중국이 기습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것을 계기로, 무너진 한-일 관계를 회복하고 한-미-일 3국 공조를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데 미·일 양국이 의견 일치를 본 셈이다.
바이든 부통령은 6일 청와대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든 한-일 관계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9월30일 같은 취지의 당부를 하는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에게 강경한 어조로 “미국이 일본이 (반성하는) 행동을 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강의’를 해 미국 관계자들을 질리게 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한 바 있다.
이는 박 대통령에게 만만치 않은 외교적 숙제를 안기는 것이기도 하다. 한-미 동맹의 큰 틀을 훼손하지 않으며 한-일 관계를 일정 부분 회복하고 그러면서도 한·미·일 세 나라가 일치단결해 중국을 포위하는 인상을 주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외교’의 본격적인 시험대는 지금부터인 셈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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