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참배 이후 동북아정세 전망
아베, 참배-주변국관계 분리 의지
한-일 정상회담 분위기에 찬물
중-일 영토문제 더 악화될듯
미-일 관계도 어려워질 공산 커
한국, 3국 정상회담 제의 등 나서야
아베, 참배-주변국관계 분리 의지
한-일 정상회담 분위기에 찬물
중-일 영토문제 더 악화될듯
미-일 관계도 어려워질 공산 커
한국, 3국 정상회담 제의 등 나서야
26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의 에이(A)급 전범과 전쟁 사망자들의 영령이 안치된 도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썰렁했던 한국·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완전히 얼어붙고 있다. 27일 일본과 외교 분야 전문가들에게 아베 총리의 참배 이유와 동아시아 3국 관계의 전망과 해법을 들어봤다.
■ 아베 총리는 왜 야스쿠니에 갔나? 전문가들은 이번 참배가 다목적 행위라고 해석했다. 먼저 그의 보수적인 개인 성향이 잘 드러났다는 의견이 있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근본적으로 아베 총리가 가고 싶어서 간 것이다. 그동안 주변국들의 반대가 심해서 못 갔는데, 안 갔다고 관계가 좋아진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야스쿠니 가는 것과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분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가 추구하는 일본의 ‘보통국가화’ 정책의 연장선 위에 있다는 해석도 있었다.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아베 총리는 내년쯤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해석을 변경하고, 그 뒤에 헌법 개정까지 하려는 뜻이 있다. 야스쿠니 참배는 이런 일을 본격 추진하는 신호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정치적 목적을 거론한 전문가들도 있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지지율이 높은 편이다. 이것을 내년 소비세 인상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등 난제를 돌파하는 동력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한-일, 한-중 관계 어떻게 되나? 한국-일본, 중국-일본 관계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조세영 특임교수는 “이번 참배의 결과로 한국·중국과 일본 사이의 냉각기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당장은 국면 전환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 것이다. 한·중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미국과의 관계도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 내에서는 내년 상반기 중에 한-일 정상회담을 열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일본이 전향적 태도를 보일 때까지는 힘든 상황이 됐다. 일본이 내년 하반기쯤 관계 개선의 계기를 찾으려 할 수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계 악화는 중-일 사이에 더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한-일 간의 역사 문제도 풀기 어렵지만, 특히 중국은 영토 문제를 존재론적인 문제로 보기 때문에 더 어렵다. 이번 참배로 이런 상황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얼어붙은 한-일 관계 풀 방법은 뭔가? 전문가들은 당장 양국 정상회담은 어렵겠지만,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정인 교수는 ‘동북아 3국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문 교수는 “당장 양자 회담을 할 수 없으니 한국이 주도권을 쥔 한-중-일 정상회담을 적당한 시기에 제안하는 게 좋다. 직접 만나서 아베 총리에게 항의도 하고 양자 회담 약속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창수 센터장은 “역사와 영토 문제는 중·장기 과제로 넘겨놓고 먼저 경제, 문화, 환경, 재난, 국제범죄 등 소프트한 사안들을 동북아 외교 활성화의 밑불로 삼아야 한다. 대화는 실무 회담부터 차관, 장관급 회담까지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장희 교수는 “서로에 우호적인 ‘한-일 의원 연맹’과 같은 창구를 통해 우회적으로 접촉하고 일본과 대화가 되는 미국의 중재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희옥 교수는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 허용 등 우경화 흐름에 대해 국제적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 문제를 방치한 것이 이번 참배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하어영 김규원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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