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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마크 내퍼 “북한의 개방·개혁 모델, 중국보다는 베트남”

등록 2018-06-01 05:00수정 2018-06-01 08:03

마크 내퍼 미국대사대리 인터뷰
“8월 한·미군사훈련, 상황·여건 따라 동맹으로서 결정”
3월 키리졸브 훈련처럼 조정 가능성 내비쳐

“김정은, 과감·결단력 있는 조처 놀랍다”
“풍계리에 전문가 초청 안해 의문 갖게 만들어”
“미국, 북한 도발에 군사적 대응 한 적 없다”
마크 내퍼 미국대사 대리가 30일 서울 미대사관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마크 내퍼 미국대사 대리가 30일 서울 미대사관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앞으로 벌어질 한국과 미국의 (합동군사)훈련과 관련한 어떤 결정도 그 시점의 상황과 여건에 기반을 두고 동맹으로서 결정하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대리는 30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데 6월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8월로 예정된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을 지난 3월 키리졸브 훈련 때처럼 조정할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내퍼 대사대리는 “3월의 훈련 관련 결정은 동맹으로서 미국과 한국이 함께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고도로 훈련된 전문 외교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8월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의 규모와 시기 등을 키리졸브 때처럼 “상황과 여건”을 고려해 조정할 여지가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내퍼 대사대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조처로 놀라운 것”이라며 “북한이 다시 국제사회로 편입하는 데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을 하고 수십년간 접촉을 하지 않은 극단적인 적대관계였지만 지금은 꽤 좋은 파트너”라며, “규모가 너무 큰 중국”보다 “(규모와 경험이 유사한) 베트남이 북한에 더 적절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선 확정적 판단을 유보했다. 그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5월9일 평양 노동당사 본부에서) 김정은을 만났을 때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기자뿐만 아니라 전문가도 초청되리라는 약속을 받았는데 기자만 초청됐다”며 “그건 우리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라는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환영”하지만, 북쪽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와 관련해선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내퍼 대사대리와 인터뷰는 30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미국대사관저 리게이션하우스에서 이제훈 선임기자의 진행으로 1시간 남짓 이뤄졌다.

- 최근 북-미 관계가 다이나믹하다. 판문점·뉴욕·싱가포르에서 진행되는 세 협의가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2~3개월 전만 해도 생각할 수 없던 놀라운 일이다. 세 협의는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것이다. 우선 싱가포르가 회담의 구조·형식·실무에 관한 것이라면, 판문점은 내용·의제에 관한 것이다. 싱가포르 협의는 회담 장소·보도·경호·의전 등 회담 준비와 관련한 실질적·구체적 사안을 협의한다. 판문점 회담은 6월12일 정상회담이 확실히 열릴 수 있을지, 우리가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그들(북)을 위해 우리가 밝은 미래를 열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될 수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뉴욕 만남에선 싱가포르(정상회담)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양쪽의 이해를 재확인(reconfirm)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싱가포르와 판문점 팀한테 지침(guidance)을 줄 수도 있을 거 같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만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가?

“뉴욕과 판문점에서 북한이 우리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돼야 한다. 두가지다. 그들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할 뜻이 있는지, 그들이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다. 밝은 미래로 가는 길은 반드시 비핵화를 통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미국은 70년간 사실상 적국이었던 북한과 현재 관계를 맺기를 바라나?

“북한의 영원한 적이고 싶지 않다. 앞으로 나갈 길을 찾고 싶다. 그러려면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포기할 용의를 보여야 하고 우리가 내미는 우정의 손을 잡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이 북한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베트남은 개방과 경제 개혁 추진, 시장경제로 전환, 국민의 삶 개선에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나라의 규모도 비슷하다. 베트남은 미국과 극단적인 적대관계에서 우방국으로 전환했다.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을 한 나라다. 전쟁 뒤 수십년간 접촉하지 않았다. 지금은 꽤 좋은 파트너다.”

-중국을 북한의 모델로 꼽는 전문가들이 많은데

“중국은 규모가 너무 크고 자급자족 성향이 강해 다른 나라의 모델로 제시하기 어렵다고 본다. 중국은 (북한과) 경험도 규모도 다르다. 베트남이 북한에 더 적절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

-최근 상황을 보며 북-미가 특사를 교환하고 정상회담을 추진한 2000년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2000년 10월 조명록 워싱턴 특사 방문의 답방 차원에서 메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가기 전에 나는 선발대로 평양에 가 있었다. 우리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방문으로 이어지고 연락사무소 설치 뒤 곧 수교하리라 생각했다. 당시 나는 보통강호텔에 묵었는데 호텔의 작은 서점에서 책을 사려다가 ‘몇주 뒤 또 올 텐데’하며 사지 않았다. 그런데 그뒤 18년간 못가고 있다. 곧 가서 그 책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때와 지금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짚는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에는 남북관계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해 세계와 북한의 관계를 개선시키려는 비전을 가진 강력한 지도자가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다. 그때 클린턴 대통령한테는 남아있는 시간이 없었고, 선거와 (2000년 미 대선 개표 관련) 플로리다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져 우리가 북한에 대한 초점(focus·관심)을 잃었고, 북한과 (관계 개선의) 모멘텀(동력)을 잃었다.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4년이나 남았고 대통령은 (북한과) 관계 개선을 위해 매우 열심히 하고 있다. 2000년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전이었다는 점도 다르다. ”

-올해 김정은 위원장이 보인 언행 중에 어떤 게 가장 인상적이었나?

“중국에 두 차례 갔고 문 대통령과 두 번의 정상회담을 했다.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조처였다. 그의 할아버지, 아버지와는 매우 다른 리더다. 다만 나는 이런 행보가 시간벌기나 대북 압박 완화를 위한 전술적 차원의 결정인지, 위협·도발·고립을 뒤로 하고 한국·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근본적 변화를 뜻하는지 (아직) 모르겠다. 판문점과 싱가포르 회담에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바다.”

-김 위원장이 어떤 일을 하면 전략적으로 비핵화 결단을 내렸다고 판단할 수 있나.

“가장 좋은 신호는 그가 비핵화하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핵탄두를 없애고 새로운 것을 만들 능력을 제거하는 것이다.”

-북쪽은 미국의 적대정책과 군사적 위협의 해소, 곧 체제안전이 보장되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결국 북-미 정상이 실제 만나야 서로 ‘확인’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은데.

“한국전쟁 이후 북한은 푸에블루호 나포, 미국 비행기 격추, 판문점 도끼 살인, 연평도 포격, 천안함 침몰 등 온갖 도발을 했지만 미국은 한번도 군사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게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증거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증거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는 북한과 교역·투자하고 싶다. 그러려면 우리가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점을 그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두 (최고)지도자가 마주 앉아 대화해야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어떻게 이행할지가 핵심이 될 것이다.”

-북한이 8월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전제로, 3월 키리졸브 때처럼 8월 훈련도 조정될 수 있다고 보나.

“3월에 내려진 훈련 관련 결정은 동맹으로서 미국과 한국이 함께 내린 것이다. 향후 훈련과 관련한 어떤 결정도 그때의 상황과 여건에 기반해 동맹으로서 내릴 것으로 본다.”

-‘동맹 없는 한-미 관계’가 성립·지속 가능하다고 보나?

“한국과 미국이 동맹이 아닌 상황을 상상하기 어렵다.”

정리 김지은 이제훈 기자 mirae@hani.co.kr, 사진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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