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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한미, 북에 신뢰회복 메시지 “싱가포르 합의 정신 유효”

등록 2019-09-24 19:13수정 2019-09-25 00:05

뉴스분석

문 대통령·트럼프 65분 회담
“북 대화 재개 의지 긍정적”
북미 실무협상 앞두고 강조

트럼프 “김정은과 관계 좋다”
비핵화 협상 의지 재확인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텔 바클레이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열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텔 바클레이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열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한반도에 비핵화의 새 질서가 만들어지는 세계사적인 대전환, 업적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문재인 대통령)

“많은 이들이 그것(3차 북-미 정상회담)을 보고 싶어 할 겁니다. 우리가 뭔가를 할 수 있을지 (나도) 보고 싶어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계는 매우 좋습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오후(현지시각, 한국시각 24일 이른 아침)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65분간 진행한 트럼프 대통령과 아홉번째 정상회담에서, 판소리 마당의 고수마냥 한껏 추임새를 넣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추임새에 장단을 맞추면서도 목청껏 판소리 자락을 풀어헤치지는 않았다.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의 분수령이 될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주머니 속의 ‘협상 패’를 김정은 위원장이 아닌 문 대통령 앞에서 다 펼쳐보이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김 위원장한테서 ‘더 많은 비핵화 조처’를 이끌어내 2020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재선으로 이어가고자 하는 셈법이 깔린 협상 전략의 일환이다.

협상 경험이 풍부한 전직 고위 관계자는 24일 “정세의 흐름에 비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의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아닌 문 대통령한테 대북 협상 패를 공개하리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번 회담에서, 예상대로, 정세를 돌파할 ‘결정적이고 구체적인 한방’은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 과정에서 곱씹고 음미해야 할 중요 신호가 발신됐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대화 재개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정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청와대 발표가 그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합의를 기초로 협상해 비핵화 진전을 이루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싱가포르 합의’란 2018년 6월12일 1차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4개항을 가리킨다. “완전한 비핵화”(3항)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1항)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2항)의 맞교환, 초기 신뢰 조성 조처로 북한이 이미 발굴한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 송환”과 “전쟁포로·실종자 유해 발굴”(4항) 약속이다. 요약하면 비핵화와 상응조처의 균형잡힌 접근·이행 합의다. 요컨대 청와대가 발표한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 정신”이란,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 전문의 “상호 신뢰구축이 한반도 비핵화를 증진시킬 수 있다는 (공동)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 정신 재확인’은 얼핏 당연한 외교 수사로 비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북쪽은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 방안 협의를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해 7월6~7일 3차 방북했을 때부터 지금껏 줄기차게 “미국측이 싱가포르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일방적·강도적 비핵화 요구만”(2018년 7월7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 압박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하노이 회담 합의 무산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4·12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요구한 “새로운 계산법”도, 결국 북쪽이 ‘싱가포르 합의 정신’의 알짬이자 “1차 조미수뇌상봉 공동인식”이라 여기는 “신뢰 조성과 단계적 해결 원칙”(3월1일 리용호 외무상 하노이 기자회견)을 가리킨다.

문제는 한-미 정상이 생각하는 ‘싱가포르 합의 정신’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느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실질적 진전 방안을 구체적으로 찾는 것”이라 풀이했다. 아울러 한-미 정상이 “(북-미) 실무협상이 3차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도록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고 강조했다.

마침 트럼프 대통령이 북쪽의 ‘새로운 계산법’ 요구를 염두에 둔 듯 18일(현지시각) “어쩌면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지도 모른다”라고 공언한 터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그 콘셉트(개념)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북-미 협상의 쟁점은 둘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협상·합의 원칙, 둘째 협상 의제다.

협상·합의 원칙과 관련해 ‘(비핵화 최종 목표를 담은) 포괄적 합의’를 압박하는 미국과 ‘(신뢰 수준에 맞춘) 단계적 합의’를 고수해온 북쪽의 엇갈림을 절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전략 차이를 넘어 철학의 차이가 깔려 있는 난제다. 이와 관련해 북-미 실무협상 미국 수석대표인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6일 미시건대 연설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즉각적인 조처들이 존재”한다거나 “중대한 행동에 신속하게 합의할 수 있다”고 강조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미 실무협상에서 ‘초기단계 조처 합의’가 가능하다는 신호여서다. 북쪽이 얼마나 과감한 비핵화 조처를 내놓느냐에 따라 미국이 ‘단계적 해법’을 원천 배제하지 않고 협상 원칙을 재조정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협상 의제는 ‘비핵화와 상응조처의 균형잡힌 접근’인데, 북쪽은 이미 “제도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 제거”(16일 외무성 미국 국장 담화)를 제안했다. 풀이하면 ‘안전보장’과 ‘제재 완화·해제’ 요구다.

‘안전보장’ 문제는 접점 찾기가 상대적으로 덜 어렵다. 한-미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70년 적대관계 종식”과 “한반도 항구적 평화 체제 구축”, “북한에 무력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청와대가 발표했다. 더불어 북-미는 하노이 회담에서 연락사무소 개설과 종전선언 문제에 원칙적 합의를 이룬 터다. 다만 한-미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한국의 미국 무기 구매 문제를 논의한 대목은 북쪽의 반발을 살 우려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한국군의 “첨단 공격형 무기 반입”을 직접 여러 차례 맹비난한 터다.

핵심 난제는 ‘제재 완화·해제’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머리발언에서 “제재는 약해지지 않았고 오히려 강화돼 왔다”고 밝혔고, 회담에서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는 말은 나왔다”거나 “금강산 개성공단 재개 관련해선 언급이 없었다”는 청와대 고위관계자 전언이 있다. 하지만 이를 미국이 북쪽과 협상 과정에서 ‘제재 완화’를 원천 배제한다는 신호로 단정할 이유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2일 뉴욕 기자회견에서 “안전보장과 제재 해제 문제, 이런 모든 것을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한다는 게 미국 쪽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힌 대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협상 경험이 풍부한 전직 고위관계자는 “제재 (완화·해제) 문제가 북-미 협상 탁자에 오르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전 지점”이라고 짚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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