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전 주 러시아대사(왼쪽)와 김준형 국립외교원 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마포 한겨레신문사에서 미-중 갈등 관련 대담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위성락 전 러시아대사와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최근 북한이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대남 공세를 강화하는 사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 원장은 북한의 갑작스러운 대남 비난이 “좌절감의 표현”이라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북한 입장에서는 대북전단이 여전히 살포되고 있고, 한-미 연합군사훈련도 대대급 이하에선 계속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을 보고, 남한이 합의한 것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본 것”이라며 “이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고 이번에 대북전단을 명분으로 삼아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평양에서 시민대회를 연일 개최하는 등 북한 내부 단속 목적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앞에 나선 것에 대해선 “대화를 주도했던 김여정 부부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남한과 미국 때문에 대화에 실패했다고 강하게 대응하는 모양새가 (북한) 내부를 결집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위 전 대사는 북한이 남한을 때리지만 가리키는 방향은 미국이라고 했다. 그는 “(북핵 협상이) 2018년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하향 국면”이라며 “미국의 셈법을 바꿔볼 생각으로 북한이 도발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변수가 생겨 못 하다가 이제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을 대상으로 직접 도발을 하기에는 여러 가지 계산이 필요한 고난도 방정식이지만 남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쉽게 생각하고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이후 선택에 대해선 위 전 대사나 김 원장 모두 “미 대선 이후를 염두에 두고 대응의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은 있지만, 당분간 판을 깨는 대규모 도발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 전 대사는 “북한은 북핵 협상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메이저급’ 도발을 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다만, 미 대선 이후 협상 주도권 등 입지 구축을 위해 하긴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원장의 예상도 같았다. 그는 “북한의 친서 등을 보면 남·북·미 3자 정상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아 한다. 가능성은 낮지만 한국이 북-미 사이를 중재해서 미국이 움직여야 한반도 정세를 대화와 협력으로 되돌릴 여지가 생긴다”고 진단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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