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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더미처럼 쌓였던 선물은 추억의 그림자 되어

등록 2016-09-07 11:17수정 2016-09-07 15:35

정치BAR_김영란법이 바꾼 여의도 풍경
한가위 연휴를 열흘여 앞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택배 수령 장소가 한산하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명절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한가위 연휴를 열흘여 앞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택배 수령 장소가 한산하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명절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추석 연휴를 열흘가량 앞둔 5일. 국회 의원회관 1층 우편물·택배 접수처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각종 선물상자가 산더미처럼 쌓이곤 했지만, 이날 놓인 선물은 숫자를 헤아릴 만큼 적었다. 품목 역시 김이나 한과류 등 가벼운 것이 대부분이었다. 한 의원실 보좌관은 “예년 선물 수를 100이라고 한다면 올해는 10가량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추석 선물 10분의 1로…의원실 경비 들여 선물 반송까지

28일 시행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법)이 국회의 추석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령은 식사비와 선물, 경조사비의 가액 기준을 각각 3만, 5만, 10만원으로 규정했다. ‘미풍양속’으로 여겨졌던 명절 선물은 애물단지가 됐다. 대부분의 여야 의원실 관계자들은 “각 기관이나 개인이 선물을 보내겠다고 전화를 해오면 모두 ‘보낼 필요가 없다’고 거절한다”고 말했다. 한 보좌관은 “거절해도 들어오는 선물들은 기부를 하려고 했는데 자칫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 취소했다. 들어온 선물들은 일일이 상대에게 전화를 해 의원실 경비를 써서 되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새누리당은 각계에 선물 대신 편지를 보내기로 했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최소한의 선물만 보내기로 방침을 정했다.

의원들 ‘시범 케이스’ 될까 몸조심

의원들은 ‘시범 케이스’가 돼 구설에 오르지 않으려 몸조심하는 분위기가 다분하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가장 빈번했던 민원이 지역구의 대형 병원 새치기 진료, 입원 민원이었다. 과거엔 실무자들이 불만을 누르고 눈감았지만 이젠 내부고발이 터져 나올 수 있다”며 “어디든 감시의 눈이 번뜩이고 있다”고 말했다.

부정 청탁이나 민원에 연루되는 걸 피하려 지역구 민원 청취 행사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있다. 새누리당의 3선인 김용태 의원실은 통화에서 “김영란법에 고충 민원을 들어주는 것은 괜찮지만 청탁성 민원은 안 된다고 돼 있다. 그런데 이 둘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며 “지금껏 해오던 지역구민 민원 청취 행사를 잠시 취소할까 검토하기도 했다. 고민 끝에 경계가 애매한 사안들은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의하는 걸로 하고 행사는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성가신 민원 줄어 좋다”는 반응도

정치인들이 자주 들르는 여의도 식당들도 김영란법 시행에 앞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부 식당들은 식사비를 3만원 이하로 규정한 법에 맞추려 가격을 내렸다. 2만9천원짜리 메뉴가 등장하는가 하면, 법망을 피하는 ‘편법’을 미리 알려주는 곳도 있다는 후문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예약을 하려고 식당에 전화하면 ‘3명이 오셔도 5~6명이 함께 드신 것으로 해서 영수증을 발급해주겠다’고 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며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28일부터는 적정한 가격의 식당을 찾는 것도 숙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김영란법이 불러올 변화를 긍정하는 분위기다. 한 의원은 “이런 변화를 법으로 강제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라면서도 “각종 부조리와 청탁, 과잉 접대가 사라지고 투명한 사회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보좌관은 “의원들 사이에선 성가신 청탁이 사라지는 걸 반기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성연철 김남일 이경미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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