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정치팀 팟캐스트 ‘언니가 보고 있다’에서는 의리 있는 언니, 섬세한 언니, 날카로운 언니, 솔직한 언니, 그리고 의리있고 섬세하고 날카롭고 솔직한, 언니같은 오빠들이 주인공입니다. 정치팀 기자들이 기사에서 차마 쓰지 못한 정치판의 이면, 취재 뒷이야기를 100% 리얼로 생생하게 전합니다.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청와대 언니에게도 권해요. 눈을 쓸 필요도 없고 귀로 듣기만 하면 돼요. 허리 아프고 목 아플 때 이거 저거, 이렇게 저렇게 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그 ‘운빨’의 시작은 노무현 대통령이었습니다. 김대중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차관으로 일하다 물러난 뒤 유엔총회의장 비서실장, 유엔본부 대사로 사실상 강등된 자리로 돌던 반 전 총장을 노무현 대통령이 외교안보보좌관으로 발탁한 것입니다. “천성적으로 미국의 모든 것에 동조적(버시바우 미 대사의 보고서)”인 반기문은 참여정부와 맞지 않았지만 노 대통령은 이 사람을 품고 장관까지 시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죠. 주미 대사에 이어 유엔 사무총장을 노리던 홍석현(현 중앙일보 회장)씨가 삼성 엑스파일 사건으로 날아가고 그 대타로 선택됩니다. 그리고 노 대통령은 15개국을 돌아다니며 반기문 당선을 위해 뜁니다. ‘미국 동맹국 출신 사무총장’을 강하게 반대하는 프랑스를 설득하기 위해 국외 여행객에게 1천원씩 걷어 이를 아프리카 빈곤 퇴치 사업에 쓰는 ‘항공권연대 기여금’ 제도에도 동참하기로 했다죠. 균형외교와 친미 국가 이미지 탈색, 분단국가의 한계를 극복해보려는 참여정부 차원의 전략적 결단이었습니다. 글로벌 국가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디딤돌이 될 거라고 판단한 거죠.
그러나 외무관료 반기문을 오랫동안 취재한 이제훈 통일팀장은 “디딤돌이 돼야 하는데 대통령이 되겠다니 당혹스럽다”고 합니다. 한일 위안부 합의나 사드 등 “현안에 대한 이해도는 다른 대선주자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지만 국가의 최고 리더로서 “큰 그림”을 그리고 “불가피하게 적을 만들면서 책임지고 돌파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거죠. “항상 시류에 편승하는” 행태도 원칙과 뚝심을 지녀야 하는 지도자의 캐릭터와는 거리가 멉니다. 정치 담당 박찬수 논설위원은 안철수 의원과 반기문 전 총장을 비교합니다. 5년 전 새 바람을 일으켰던 안철수 의원은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 V3백신을 개발해 무료로 배포한 자산이 있지만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이름값 외에 뚜렷하게 내세울 ‘레거시’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의 영향력과 폭발력을 비교하면 5년 전 안철수와 비교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귀인을 만나 기회를 잘 잡은 유능한 외교관 반기문. 그는 지금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요. 반기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언니가보고있다’ 48회에서 만나보시죠.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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