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안에 있는 이회영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전시물을 관람한 뒤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일 자신과 가족 관련 의혹이 정리돼 있다는 이른바 ‘윤석열 엑스(X)파일’에 대해 “공기관과 집권당에서 개입해 작성한 것이라면 명백한 불법사찰”이라며 역공에 나섰다. 지난 19일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의 페이스북 글로 촉발된 ‘엑스파일’ 문제에 대해 사흘 만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그간의 무대응 기조에서 벗어나 ‘여권의 정치공작설’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이상록 대변인을 통해 전달한 메시지에서 “저는 국민 앞에 나서는 데 거리낄 것이 없고, 그랬다면 지난 8년간 공격에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며 “출처 불명 괴문서로 정치공작을 하지 말라. 진실이라면 내용·근거·출처를 공개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장모가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누구나 동등한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고 가족이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검찰 재직 시에도 가족 관련 사건에 일절 관여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출처 불명의 괴문서에 연이어 검찰발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보도된 것은 정치공작의 연장선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거듭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이 엑스파일을 ‘괴문서’로 정의하고 ‘공기관과 집권당 개입’, ‘불법사찰’ 등을 언급하며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자신이 문재인 정부의 탄압을 받는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대선 출마 공식 선언을 앞두고 ‘전언 정치’ 등이 비판받는 상황에서 엑스파일 논란을 방치할 경우 향후 행보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엑스파일’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던 장성철 소장 역시 이날 오전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이 대선후보로 활동을 시작하면 공격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쪽에서 만들었을 것”이라며 “여권에서 만들었을 거라는 게 제 추측”이라고 말했다. 또 “저한테 (파일을) 전해준 분이 여권 쪽에서 만들어진 것을 저한테 전달해줬다고 했다”, “어떠한 기관의 힘이 좀 개입되지 않았을까”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단 ‘거리두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서울시청 현안 간담회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제 판단으로는 (윤석열 엑스파일) 내용이 부정확하거나 크게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당에서 확장해서 대응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누가 만들었는지, 내용이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회자가 되는 것 자체가 흑색선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전 총장의 ‘집권당 개입’ 주장에 대해 “대변인에게만 의존하는 전언 정치는 그만하고 공정한 검증을 받으라”고 촉구했다. 이소영 대변인은 성명을 내어 “내용도 보지 못한 야당 성향 인사발 ‘엑스파일’ 논란에 대해서 뜬금없는 ‘불법사찰’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무자비할 정도로 엄정한 신상털기식 수사를 해온 윤 전 총장이, 자신에 대한 의혹과 의심에 대해서는 극도의 과민반응을 보이며 정당한 의혹 제기까지도 ‘정치공작’과 ‘불법사찰’로 몰아 검증의 예봉을 꺾어보려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여권의 1위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치인은 발가벗는다는 심정으로 모든 의혹이나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사 경험을 많이 한 사람 입장에서 조언한다면 어떤 의구심도 어떤 의혹도 피할 수 없다. 있는 사실을 다 인정하고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부당한 건 부당하다고 지적해서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나 장나래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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