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를 방문해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민심을 청취하겠다며 독자행보 중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잇따른 실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지지율이 받쳐주는 ‘우량주’ 상태에서 입당하기를 기대하는 국민의힘으로서는 그의 ‘불안한 입’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에스비에스>(SBS) 토론에서 “‘님아 그 (탄핵의) 강에 빠지지 마오’ 제발 그랬으면 하는 생각이었는데 다시 그 강으로 들어가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전날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존경할 부분이 있다”고 언급하고, 박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서도 “마음속으로 송구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밝힌 데 대한 지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 당대표 전당대회 당시 대구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정당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 장외에 있는 이유는 중도 확장성을 위한 것이라는 게 공통 의견인데 그 발언은 저희 중에서도 오른쪽으로 간다. 방향성에 대해 혼란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앞서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윤 전 총장이 (박근혜 수사 등에 있어) 조금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고유한 색이나 가치를 잃지 않고 경선에 참여했으면 한다”고 했다. ‘보수 민심’에 호소하려는 윤 전 총장의 저자세가 오히려 정치적으로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윤 전 총장은 이와 함께 “(코로나19) 초기 확산이 대구가 아니라 다른 지역이었다면 질서 있는 처치나 진료가 안 되고 아마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구태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주 52시간 상한제에 대해서도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해 과로사가 빈발하는 현실을 도외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벼락치기 대선 수업’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흔들리는 야권 1위 주자의 행보에 국민의힘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세는 야권 전반의 정권교체 동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은 ‘처가 리스크’보다 ‘발언 리스크’가 훨씬 더 파괴력이 있고 위험하다”며 “윤석열의 타격은 야권 전체의 타격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지지율과 연계될 수 있는 만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을 향해 서둘러 입당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지지율이 답보 내지는 하향 추세다. 추세를 결코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튼튼하고 견고하게 만들어진 플랫폼을 두고 황야에서 떨고 있을 그런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또 “윤석열 총장이 늦게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것을 고려해서 저희들이 경선 일정을 늦추고 당기고 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압박했다. ‘8월 경선 버스 출발론’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한 중진 의원도 <한겨레>에 “리스크가 더 커지기 전에 당의 지원과 보호를 받는 게 현명한 전략”이라며 “다급해지니 발언이 거칠어지고 그래서 더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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