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가 10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10일 차별금지법 입법과 관련해 “다수의 국민이 합의할 수 있는 부분부터라도 먼저 법제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성적 지향 등을 삭제한 누더기 차별금지법을 만들자는 거냐’며 비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73주년 기념식 영상축사에서 “차별과 인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법제화라도 먼저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인권위 20주년 기념식에서 “20년 전 우리는 인권이나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지 못했다. 인권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이어 “일부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다수의 국민이 그 필요성을 동의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한두가지 사안에서 합의되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차별 시정의 기회까지 미루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떤 의견이라도 함께 토론할 수 있고 이견이 있는 부분도 합의하고 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제도”라며 “공론화 자체를 막는 것은 민주주의라고 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총리의 발언은 임기 말 무게가 실리지 않는 선언적인 내용인 데다 ‘성적 지향’ 등을 빼고 차별금지법을 논의할 여지를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총리가 언급한 ‘합의되지 않는 한두가지 사안’이란 게 보수기독교계가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 내용을 삭제하자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앞서 2007년 법무부는 차별금지법 제정안 입법예고 한달 만에 성적 지향,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병력, 출신 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 전력 등을 차별금지 항목에서 삭제하기도 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김 총리의 발언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다시 난도질하겠다는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게 한다”며 “특정 사유를 제외한 차별금지법은 특정 사유를 차별하자는 법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