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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혐오 경쟁 과열, 대선 피로감만 쌓인다

등록 2021-12-20 04:59수정 2021-12-20 20:56

김건희씨 허위경력 검증 불붙자
국민의힘 ‘이재명 형수 욕설’ 맞불
민주당은 ‘야당이 도박 기획’ 꺼내
나라 이끌 비전·정책 경쟁 실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삼의사 묘에서 열린 매헌 윤봉길 의사 순국 89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한 시간 남짓 열린 추모식 내내 악수 외에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삼의사 묘에서 열린 매헌 윤봉길 의사 순국 89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한 시간 남짓 열린 추모식 내내 악수 외에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가족 관련 의혹들이 검증대에 오르자, 두 거대 정당이 상대에 대한 적대감과 혐오를 조장하는 네거티브 공세를 쏟아내면서 대선이 혼탁해지고 있다. 대선 후보 가족의 불법·탈법 행위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지만 이를 고리로 한 ‘갈라치기 대응’으로 반사이익을 노릴 게 아니라 미래 비전을 제시해 득점하는 ‘덧셈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불리는 데에는 양당 대선 후보와 가족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에 대한 실망감이 첫번째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후보를 둘러싼 의혹 자체보다도,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기보다 상대에 대한 갈등과 증오를 부추기는 양쪽 진영의 네거티브 대결이 비호감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미국에서도 바이든이나 트럼프의 자녀들까지 검증 대상에 오른다. 후보가 아닌 가족은 검증하지 말라는 식의 대응은 맞지 않는다”며 “후보들이 여러 의혹에 말끔히 소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여기에 더해 상대방의 의혹을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양당이 공격을 극대화하는 행태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을 이끌고 있다”고 짚었다.

윤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허위 이력 기재 등으로 위기에 처하자 국민의힘이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 사건을 다시 꺼내 들며 맞불을 놓은 게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은 지난 18일 ‘이재명은 합니다! 형수 쌍욕’이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만들어 배포했다. 국민의힘은 19일에도 ‘이재명 제대로 알리기-국민의힘!으로 10·10·10 캠페인’ 포스터를 공개하며 “하루에 10분, 하루에 10번, 하루에 10개 댓글로 이재명의 진짜 얼굴 알리자”며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네거티브전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 장남의 불법도박 의혹을 이 후보의 전과 이력 등과 묶어 “범죄자 집안”이라고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몇몇 의원들 역시 김건희씨 관련 의혹과 무관한 성형 등 외모에 대한 시비를 제기하고, 접대부설 등을 거론해 공격했다. 또 김씨 의혹 보도에 대한 윤 후보와 국민의힘의 ‘여권 기획설’을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비난하던 민주당은 정작 이 후보 아들 도박·성매매 의혹에는 ‘국민의힘 기획설’로 맞대응하며 음모론을 확산하는 모습도 보였다.

두 거대 정당의 이런 태도에 대해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이번 대선은 우리 후보를 좋아하는 것보다 상대방 후보를 싫어하는 게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이렇게 갈라져 있는 이유는 현재 정치 진영이 양극화돼 있기 때문”이라며 “선거에서 지더라도 (갈라치기로 결집한) 40%의 지지는 가지고 가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손해 볼 게 없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거대 양당이 양쪽 진영으로 갈라진 지지층 결집을 위해 큰 문제 의식 없이 네거티브로 난타전을 벌이며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제가 터졌을 때 후보가 보이는 정직성 등 대응 ‘태도’도 유권자들의 ‘정치적 신뢰’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짚었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본인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건 심각한 도덕성 결함이고 오만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본인의 의혹에 대해 어떻게 양해를 구하느냐는 것도 중요한 평가 기준의 하나”라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가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논란이 불거진 뒤 사흘 만에야 떠밀리듯이 사과하면서도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는 게 배우자의 ‘허위 경력’ 자체보다 더 큰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정치가 신뢰를 주는 건 결국 책임의 문제와 연관돼 있다. 정치인은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의혹에 대해서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고 설명을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비호감 대선’을 정상적인 경쟁으로 되돌리기 위해선 후보들이 코로나19 위기 등 당면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우리 사회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나갈 것인지 등을 제시하는 비전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서 대표는 “격변의 시기일수록 (도덕성보다는) 리더의 능력이 부상된다. 공동체가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구성원 대다수가 굉장한 불안을 느끼고 있을 때 공동체를 안전하게 만들 사람이 누구인가를 찾게 된다. 대선 후보들은 이에 대한 서로 다른 정책 대안을 선명하게 내놓고 경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 교수도 “유권자들은 후보의 도덕성에 대한 부분도 중시하지만 결국엔 당선 이후에 한국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성과에 초점을 두고 평가하고 투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채경화 장나래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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