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에서 학생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2일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저소득·저학력 계층을 비하하는 ‘망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에 열린 대학생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일정 수준의 교육과 기본적인 경제 역량이 있어야만, 자유가 뭔지 알게 되고 왜 자유가 필요한지 알게 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한 학생의 ‘99개가 달라도 정권교체라는 1개만 같다면 같이 할 수 있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엔(n)번방방지법 등 자유를 침해하는 사람들과도 함께할 수 있다는 뜻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다. 그는 “자유라는 것은 우리가 연대해서 지켜야 하는 것이고, 자유의 본질은 일정 수준의 교육과 기본적인 경제 역량이 있어야만 존재한다”고 했고, “공동체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사회에서 산출된 생산물이 시장을 통해 분배된다. 저는 상당한 정도의 세금을 걷어, 어려운 사람과 함께 나눠서 교육과 경제 (기반)의 기초를 만들어주는 게 자유의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위해 공동체가 연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취지로 보이지만, 이를 설명하기 위해 소득과 교육수준이 낮은 이들을 비하한 것이다.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가난하고 못 배우면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없고 자유롭고 싶어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냐. 놀라움을 넘어 과연 이 같은 발언을 한 대통령 후보가 있었나 싶다”고 겨냥했다. 그는 “국민을 빈부로 나누고, 학력으로 갈라 차별적으로 바라보는 윤석열 후보의 인식이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이런 인식을 할 정도니 국민을 무시하는 ‘개 사과’나 부인 문제에 대한 ‘억지 사과’가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현주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헌법 12조에서 22조까지 보장된 자유권은 가장 오래된 기본권으로 천부인권이라 불리는 권리”라며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늘 일부 국민들을 깎아내리는 모습에서 윤 후보의 천박한 인식만 확인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윤 후보는 ‘비하발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기자들과 만나 “그분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분들을 도와드려야 한다고 얘기한 것”이라며 “사는 데 끼니 걱정을 해야 하고, 사는 게 힘들면 그런 거(자유)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다 같이 자유를 느끼게 하려면 그분들(극빈층)에게 좀 더 나은 경제 여건이 보장되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서 자유의 소중함을 더 느끼게 해줘야 한다”며 “모든 국민이 자유인이 돼야지, 많이 배우고 잘사는 사람만 자유인이 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한편 윤 후보는 이날 전북대에 도착해 5·18 민주화운동의 희생자인 이세종 열사 추모비에 헌화하려 했지만 ‘전두환 옹호’ 발언을 비판하는 시민들의 항의에 막혀 표지석에 헌화하고 발길을 돌렸다. 현장에서는 5·18 구속부상자회 전북지부, 전주대학교 5·18 민주동지회, 전북지역 대학민주동문회 협의회 회원 10여명이 “전두환 학살 옹호하는 윤석열, 5·18 영령은 거부한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윤 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 참모들의 도움으로 표지석 앞까지만 접근했고, 하얀 국화 한송이를 이세종 열사 표지석 앞에 놓고 묵념한 뒤 자리를 떠났다.
전주/김해정 기자, 김미나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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