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0@hani.co.jr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후보가) 과거 보수 정당이 받았던 지지율보다 다양한 세대·지역으로부터 안정적 지지율을 받고 있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후보는 지난 7일 <한겨레>와 만나 대선의 최대 변수로 지목되는 ‘윤석열-안철수 단일화’에 대해선 “정치신인이라는 장점을 가진 윤 후보가 ‘단일화’란 단어에 휩싸이는 순간 ‘여의도 정치’에 다시 휘둘리는 것”이라며 단일화 무용론을 거듭 주장했다. 또 “내부적으로 호남의 (윤석열) 지지율이 평균 25~26% 기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고, ‘배우자 리스크’에 대해선 “이 후보는 신나게 네거티브하다가 갑자기 ‘네거티브하지 말자’ 선언한 것 자체가 본인이 불리하니까 그런 것이라고 본다.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마음대로 못나간다”고 했다.
―현재 판세를 어떻게 보나.
“우위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는 지지율 구성을 봤을 때 과거 보수정당이 받았던 지지율보다 양질의 구성이다. 지역적으로는 호남, 그간 우리가 지지받지 못했던 젊은 세대를 망라한 지지율이 나오고 있는 것은 안정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윤 후보가 토론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보여줬고, 이후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보수 쪽 지지율은 거의 대부분 우리가 재흡수한 것으로 판단한다.”
―그럼에도 윤 후보의 지지율은 정권 교체론을 요구하는 지지율에 미치지 못한다.
“현재의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는 ‘무응답·모름’ 등 유보층이 최종적으로 윤 후보 쪽으로 올 것이라고 본다. 당 안팎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오차범위 밖까지 이기는 조사도 많다. 면접 조사에서도 윤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금까지는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최근엔 윤 후보가 우위를 보이는 양상이다. 이 후보가 반등할만한 아이템 자체가 많지 않다는 생각도 있다.”
―단일화 논의가 윤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보는가.
“단일화의 정치공학적 측면을 많이들 부각시키는데 나는 단일화가 지지율 상승세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직접 단일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윤 후보와 저와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 사이에서 공유된 내용을 보면 단일화에 대해 이견은 없다. 안 후보도 (완주하겠다고) 해놓은 말이 많아서 주워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당내에서도 단일화 필요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수인 것 같다.
“단일화라는 것이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성사된 사례가 많지 않다고 본다. 성사돼도 득표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없다고 본다. 과거 안 후보가 국민의당이라는 40석짜리 정당을 들고 3번 후보로 뛰었을 때(2017년 대선)와 달리, 이번엔 4번 후보로 뛰어야 되는 상황인데 그때와 성격이 다를 것이다. 단일화를 굳이 저희가 미리 얘기할 필요도 없고, 앞으로도 저희가 언급할 필요는 없다. 안 후보를 배려하고 생각하는 게 저희의 대선 목표가 아니다. 우리가 이기기 위한 목표에 따라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 뿐이다.”
―당내에선 공동정부 등 여러 방안까지 제시됐다.
“지금 상황에서 안 후보가 좋아할 만한, 공동정부 얘기를 한다는 거는 그분들이 노리는 게 있는 것이다. 그 의도 자체가 윤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는 목적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은 한 달 선거운동 전략은 무엇인가.
“(윤 후보 유세용 열차인) ‘윤석열차(열정열차)’가 돌기 시작하고, 선거운동이 진행되면 아마 선거에 큰 변수는 없을 것이라 본다. 보통 공식 선거운동 기간 돌입하기 전에 여론조사 승리를 가져가는 쪽이 보통 이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 기세가 이어질 거라고 본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새로움’이라는 관점에서 많은 걸 시도하고 있다. 이 기세가 끊기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양당 후보들이 대통령 후보다운 어젠다나 비전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하면서 자잘한 선심성 공약들로 인기를 끌어온 사람이다. 우리도 거기에 대응하면서 맞춤형 정책을 초반에 많이 내놨다. 우리가 얼마나 국민들의 삶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세밀하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지점이 초기에 많이 부각된 것은 좋은 전략이라고 판단한다. 대형 어젠다도 남은 선거운동 기간 내놓을 수 있다. 또 텔레비전 토론회에서도 자유롭게 그런 생각들이 나올 것이다.”
―어느 때보다 호남 득표율 목표 지점을 높게 잡았다. 이 대표가 직접 다도해를 도는 행보도 보였다. 변화의 조짐이 느껴지는가.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호남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손편지를 보냈고 11일 출발하는 ‘윤석열차’(열정열차)는 충청 지역을 찍고 호남으로 향한다. 당내 여의도연구원에서도 호남 지역을 별도로 놓고 조사를 진행하는데 그런 반응들을 종합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남은 변수로 토론회도 꼽힌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토론을 기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정 문제가 생긴 것은) 미리 예정된 고정 스케줄이 많아서다. 지난 첫 토론에서 확인하셨겠지만 윤 후보는 토론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윤 후보가 토론을 피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다른 정당들의 공세일 뿐이다. 실제 우리 후보가 토론을 회피할 이유는 없다. 윤 후보를 부르는 곳도 많고, 그간 기획한 것이 많다 보니 일정이 좀 빡빡한 건 사실이겠지만 그렇다고 저희가 오랫동안 준비했던 것들을 희생하면서 다른 후보들에게 맞춰주는 게 정답인지 모르겠다.”
―첫 토론은 어떻게 평가했는가.
“윤 후보가 잘했다. 이 후보는 본인이 ‘대장동 개발’ 몸통인지 아닌지에 대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 않나. 본인이 설계를 해서 환수를 했다는 것인지, 설계를 안 했으니까 책임이 없다는 것인지 둘 중 하나가 명확해야 되는데 말을 못했다.”
―반면 RE100을 모르는 장면에선 기후환경에 대한 관심부족을, 청약점수 만점을 모르는 장면에선 부동산 정책에 대한 무지를 지적받았다.
“공무원 생활을 오래 했고 지방을 돌면서 거주해 주택 마련에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청약 제도에 대해 몰랐던 것이 맞고 학습이 안 된 것은 지적받을만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다만 이 후보가 ‘장학퀴즈식’ 토론을 한 것을 두고 실력이라고 보지는 않을 것 같다. 제가 이 후보와 토론하면서 제 전문 분야인 아이티(IT) 관련 질문만 던지는 걸 두고 누가 실력있다고 하지 않을 것 같다.”
―민주당의 선거 캠페인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 후보가 당내 역량을 모두 끌어 모으는 데 실패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지역구마다 1만명씩 지지선언을 받아오라는 등 다단계식 선거운동을 하려는 것 같다. 코로나19 시국에 다단계 영업을 하라는 것이 정상적인 선거 전략인지 모르겠다.”
―두 후보 모두 배우자 리스크를 안고 있다. 막판 네거티브전이 촉발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 후보야 말로 신나게 네거티브하다가 갑자기 ‘네거티브하지 말자’ 선언한 것 자체가 본인이 불리하니까 그런 것이라고 본다.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마음대로 못나간다. 윤 후보한테 ‘본부장’(본인·부모·장모) 리스크라면서 선거 시작부터 공세를 펴더니 결국 본인도 본부(본인·부인) 리스크가 드러난 것 아닌가. 최근에 불거진 김혜경씨 관련 업무추진비 사적 횡령 의혹 경우에는 이 후보가 과거 성남시장으로 일할 때 공직자 기강을 잡겠다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말한 적이 있다. 상당히 곤란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이 후보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장을 만나는 등 중도 겨냥 행보에 나섰다.
“김종인 위원장은 우리 당의 사실상 초대 당 대표 격이다(비상대책위원장을 하면서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교체했다는 뜻). 민주당을 돕는다는 것은 사람들 상상력이 너무 멀리 간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이 후보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시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윤 후보는 정권교체의 그릇을 자임하고 있다. 그 너머에서 윤 후보는 무엇을 내세울 수 있다고 보는가.
“정치 개혁이다. 윤 후보가 우리 당 대선 후보에 선출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정치신인이라는 것 아닌가 한다. 그래서 여의도 문법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장점이다. 근데 당장 후보가 ‘단일화’란 단어에 휩싸이는 순간 ‘여의도 정치’에 다시 휘둘리는 것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단일화 움직임을 우리는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희-안철수-문재인 단일화’를 야합이라고 했던 우리가 지금 와선 이걸(단일화) 하자고 한다면 그야말로 철학의 부재 아닌가.”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