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24일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와 다당제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 등을 담은 정치개혁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정권교체론에 맞서 ‘다당제 연합 정치’를 가능하게 할 정치개혁안을 고리로 안철수·심상정 후보에게 사실상 연대를 제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와 민주당은 국민통합 정부, 다당제 국민통합 국회, 분권과 협력의 민주적 권력 구조 등 시대적 요구를 담아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마련했다”며 국민의당·정의당·새로운물결 등을 향해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만들고 함께 실천하자고 제안했다.
여기에는 ‘국민통합 정부’를 위해 여야 협의로 국무총리를 추천하고 총리의 인사제청 절차를 법률로 제도화하고,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지방선거에는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 개헌을 통해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송 대표는 정치개혁안의 실천을 담보하기 위해 대선이 끝나면 바로 국회에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새 정부 출범 6개월 이내 선거제도 개혁, 1년 안에 개헌을 추진하겠다”며 구체적인 실행 일정도 제시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곧바로 지방선거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송 대표는 “안철수 후보의 새로운 정치, 심상정 후보의 진보정치, 김동연 후보의 새로운물결도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들을 꼭 찍어 직접 구애에 나섰다. 이재명 후보도 이날 <불교방송>(BBS) 인터뷰에서 “윤 후보를 제외하고 진짜 국민의 삶을 개선하자는 모든 정치세력이 가능한 범위에서 협력하는 길을 찾자”고 공개 러브콜을 보냈다. 정치교체를 매개로 하는 ‘윤석열 포위전략’인 셈이다.
민주당이 이날 발표한 정치개혁안은 안철수·심상정 후보의 구상을 상당 부분 수용한 내용이다. 총리 국회 추천제와 지방선거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심 후보의 정치개혁 공약이다. 안·심 두 후보는 지난해 12월 만나 ‘결선투표제와 다당제가 가능한 선거제도 개혁’에 합의했다. 각각 6석과 3석짜리 소수정당인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비례성이 강화된 선거제도는 당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정치개혁 의제다. 민주당으로서는 당장 후보 단일화가 어렵다고 해도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박빙 승부 중인 선거 막판에 안·심 지지층을 끌어올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은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안 후보가 본인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를 하려면 거대 정당에 통합되지 말고, 정치개혁을 이뤄내면 지금 상태로도 본인이 원하는 정치를 충분히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교체 제안을 받아든 후보들의 반응은 탐탁지 않다. 안 후보는 이날 선대위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정치개혁안에 대해 “저는 들은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안 후보가 평소 말하던 다당제 구상과 일맥상통하는 내용 아니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소신이 있으면 그렇게 실행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심 후보도 “정치개혁은 민주당의 오랜 약속이나 (위성정당 창당 등으로) 배신한 게 문제"라며 "선거와 연동해서 하지 말고 진정성 있게 이행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선거용 제안’이라고 깎아내리면서도, 양강 후보가 오차범위 내 초박빙 대결을 펼치는 상황에서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개헌이 가능한 정도의 의석수를 가진 정당에서 충분히 논의가 될 수 있도록 진작 얘기했으면 협의가 쉬웠을 것”이라며 “그런 걸 왜 대선 임박해서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다만 중도·부동층 표심의 향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선대본 관계자는 “실제로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게 본다”면서도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표심을 가져오려는 전략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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