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은 대선 일주일 전인 2일까지도 ‘종이 한 장 차이’의 초박빙 판세가 펼쳐지고 있다며 투표율 끌어올리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일부 지지층 사이에 퍼져있는 ‘부정 선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자신부터 사전투표를 하겠다며, 선거 전날까지 자택에 귀가하지 않고 전국을 도는 총력 유세로 투표 독려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야권 후보 단일화가 사실상 결렬되자, 정권심판을 위해 ‘투표를 통한 단일화’를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일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20만명이 넘었다. 이 추세라면 확진자·자가격리자의 투표 참여에 따라 대선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며 “저 윤석열도 사전투표 하겠다. 여러분의 소중한 투표권이 코로나로 인해 자칫 방해받지 않도록 사전투표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강조했다. 역대 재보궐 선거 사상 최고치인 20.54%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던 지난해 ‘4·7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사전투표 독려에 나선 것이다. 그는 부정 선거 가능성을 제기하는 일부 지지자들을 향해 “국민의힘이 모든 공명선거 조직을 가동해 공정한 선거가 되도록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했다. 권영세 총괄선대본부장도 이날 국회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압도적으로 이긴다는 승리 법칙이 지난 4·7 재보선에서 증명된 바 있다”며 “(부정 선거 가능성이라는)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어 소중한 한표를 잃는 일이 없도록 간곡하게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날 국민의힘 선대본부 회의실에는 ‘윤석열도 사전투표하겠습니다’라는 뒷걸개가 내걸렸다.
국민의힘이 사전투표율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기간’ 직전까지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초박빙 판세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권 본부장은 “단 한표도 소중한 초박빙 구도”라고 했고,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프린트 용지 한 묶음 해 놓으면 종이 한 장 빼는 그 차이”라고 현 상황을 표현했다. 국민의힘에선 급속한 오미크론 확산세가 전통적 지지층인 60대 이상의 선거 당일 투표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본 투표일에 투표하지 못할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는 높은 ‘정권교체론’을 앞세워 윤 후보가 ‘유일한 야권 후보’임을 강조하며 ‘투표를 통한 전략적 단일화’를 해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 결렬로 안철수 후보 쪽에 있던 표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이탈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권 본부장은 “우리는 (여전히 단일화가 성사되길) 기다리지만 지금은 쉽지 않다”며 “결국 투표로 단일화하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윤 후보의 기자회견을 통해 단일화의 전말을 알게 된 유권자들이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윤 후보 쪽으로 표심을 결집하고 있다”며 “선거가 임박할수록 쏠림은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인 지난 28일 진행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는, 안 후보의 지지율이 24일 6.8%에서 1.8%포인트 상승한 8.6%으로 나타났다.
윤 후보는 이날 대선 후보 티브이(TV) 토론이 끝난 직후 자택으로 귀가하지 않고 곧바로 유세 지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정권교체의 절실함과 절박함을 전하며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의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최근 이재명 후보에게로 여성의 표심이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자, 윤 후보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여성이 안전한 대한민국, 성범죄와의 전쟁 선포”라는 글을 올리며 여성 표심 공략에 나섰다. 또 맘카페를 찾아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며 “출산, 보육,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이 후보도 마뜩치 않지만,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 20대 남성에게만 우호적인 게 아니냐며 윤 후보에게서 물러나 있던 부동층 여성 표심 잡기에 나선 것이다.
또 당 차원에서 선거가 끝날 때까지 24시간 비상근무체계에도 돌입했다. 남은 기간 네거티브보다는 각종 공약을 부각하며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허용’ 발언 등으로 계속되는 자질 시비에 대해선 각종 정책 발표와 설명 등으로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이 부총장은 “일본 자위대 한반도 진입도 진의와 다르게 여당이 왜곡시키고 있다. 여당의 무차별 네거티브가 극성이 시작됐지만 우리는 적극적 방어를 하면서도 네거티브에 매몰되지 않고 윤 후보의 정책과 공약에 대한 국민적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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