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주년 세계여성의날인 8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세계 여성의날 정신 계승 성평등 운동회에서 참가자들이 성차별 타파 등을 주장하며 보신각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대선의 캐스팅 보터는 2030세대다. 특히 막판까지 표심의 흐름이 잡히지 않았던 2030 여성들이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가 이번 대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2012년 18대 대선부터 20대 여성의 투표율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선 20대 남성 유권자의 지지가 국민의힘으로 쏠리는 흐름이 비교적 분명하게 확인된 반면, 20대 여성은 여론조사 응답률 자체가 낮아 표심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치권은 박빙 구도인 이번 대선에서 20대 유권자 659만명 가운데 47.6%를 차지하는 20대 여성의 표심이 승패를 가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선거 막판에 여성 공약 발표 등을 통해 여성 표심 잡기 행보에 속도를 냈다. 지난 2일 열린 마지막 티브이(TV) 토론회에서 ‘페미니즘’을 언급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몰아붙이고 지난 4일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여성 공약을 소개하고 지지를 호소하고 나선 게 대표적이다.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민주당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에 참석한 ‘추적단 불꽃’ 출신 박지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은 “여성들이 출산에 대한 질문을 받지 않는 사회, 화장실을 마음껏 갈 수 있는 사회, 우리 모두가 지금보다 안전한 사회를 이재명 후보와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은 이런 행보를 발판으로 2030 여성의 지지율이 이 후보를 향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특히, ‘여성가족부 폐지’와 ‘무고죄 처벌 강화’를 강조하는 윤 후보와의 대비가 표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우상호 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본선거 직전까지는 여성 커뮤니티의 반응이 냉랭했으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아주 뜨겁다. (유세) 현장에서 출퇴근하는 여성들의 반응도 매우 달라졌다는 분위기를 전달 받았다”고 말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20대 여성들이 흔쾌히 이 후보를 지지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윤 후보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그동안 팔짱을 끼고 있다가 투표장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2030 남성 표심을 잡았다고 확신하는 국민의힘에서는 2030 여성 표심에서도 민주당 쪽에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내부 조사와 여론 추이를 분석했을 때 2030 여성들의 지지세가 큰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장예찬 국민의힘 선대본부 청년본부장은 이날 <한겨레>에 “사전투표 현장 분위기를 보면 2030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가 확실히 눈에 띄었다”며 “2030 여성들에게 이 후보가 호감을 사기 힘든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윤 후보가 2030 여성층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본부장은 무고죄뿐만 아니라 성범죄 처벌 강화 등을 예시로 들면서 “여성 유권자들이 디테일한 윤 후보 정책까지 챙겨본다면 결코 배척하는 정책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20대 여성이 실제로 투표장으로 향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20대 남성에 비해 20대 여성이 이 후보를 더 많이 지지하긴 하지만 ‘형수 욕설’ 사건 등으로 특별히 좋아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이들이 투표를 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20대 남성의 투표율이 높으면 윤 후보가, 여성 투표율이 높으면 이 후보가 조금 유리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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