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선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9일 진행되는 개표방송에 기호 2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최신 프로필 사진을 쓰지 못하는 방송사들이 나오게 됐다. 국민의힘 쪽이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제작 마감시한을 넘긴 것인데, 해당 방송사들은 자료 영상을 활용하거나 에이아이(AI) 윤석열 영상을 내보내는 방법 등을 쓰기로 했다.
대부분 방송사들은 개표방송의 그래픽 등에 쓰기 위해 주요 후보들을 크로마키 앞에서 다양한 포즈와 표정으로 촬영을 미리 해둔다. 후보가 투구를 쓰거나 여러 표정이 있는 화려한 그래픽들이 개표방송에 나오는 건 스튜디오에서 고화질로 찍어둔 이런 ‘프로필 사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겨레>가 확인한 방송사 중 <문화방송>(MBC), <와이티엔>(YTN), <제이티비시>(JTBC), <연합뉴스TV>는 국민의힘 쪽에 요청했던 촬영을 하지 못했다. <에스비에스>(SBS) 등 몇 개 방송사는 상대적으로 일찍 찍어뒀다.
국민의힘 쪽이 해당 방송사들 요청을 명확히 거절한 바는 없다. 후보의 일정이 바쁜 건 사실이다. 그래서 지상파의 경우 법정 티브이(TV)토론을 위해 방송사를 방문할 때를 촬영 날로 활용하자고 요청했다고도 한다. <한국방송>(KBS)은 지난 3월2일 마지막 티브이 토론회가 있던 날 촬영을 했다. 반면 1차 토론을 위해 방문했던 <문화방송>에선 찍지 않았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촬영을 못한 해당 방송사들은 기존 계획을 수정하거나 자료 활용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ㄱ방송사 선거방송 관계자는 “자료사진 3장을 보내왔는데, 전신사진도 없어 달라 했더니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 쓰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른 후보들과 차이가 많이 나 그대로 쓸 순 없었다. 후보를 활용한 화려한 그래픽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ㄴ방송사의 경우, 각 후보들이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한마디씩 하는 장면을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는데 최종 시한까지 보내오지 않아 “에이아이 윤석열을 활용해서 보내면 어떠냐”고 제안해 받았다고 밝혔다. 이 방송사 선거방송 관계자는 “그 후보 혼자만 스틸 사진을 쓸 수 없어 고육책을 냈다. 그래도 투표가 진행 중인 낮에 적극 활용하면 공정성 논란이 있을 것 같아 개표가 시작되면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ㄷ방송사 고위 간부는 “우리는 이재명 후보만 촬영에 응하고 다른 후보들은 모두 오지 않은 경우다. 윤 후보 이미지는 국민의힘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 썼다”고 말했다.
물론 프로필 사진이 있어야만 좋은 개표방송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개표방송의 관건은 정확성과 심층성이지 볼거리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해당 방송사들이 예고한 개표방송 내용을 보면 다른 시각적 요소들과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하지만 선거 전부터 과거 관례를 깨며 결과적으로 방송사들을 차별 대우 한 셈인데, ‘바빴다’는 이유만으로는 썩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난달 한 방송사 간부는 “개표방송에 쓰일 프로필 사진을 주요 정당 후보가 안 찍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몇몇 방송사들 애태우려는 것 아니냐”면서도 “투표 날까지는 찍기야 찍겠지만…” 했는데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김영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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