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여영국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실패의 충격에서 벗어나 도약을 꿈꾸던 정의당이 ‘조직 내 괴롭힘’ 사건으로 휘청이고 있다. 대선 직후 답지한 성원을 바탕으로 지방선거에서 재기하려던 구상이 암초를 만난 것이다.
여영국 대표는 16일 페이스북에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당은 긴급 대표단 회의를 통해 박인숙 부대표를 위원장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엄정한 조사를 통해 합당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며 “당대표로서 상처를 받은 피해자와 상심하신 국민 여러분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전 대표의 ‘조직 내 괴롭힘’ 논란이 확산되자 여 대표가 직접 사과한 것이다. 배진교 원내대표도 “진상을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중앙당기위원회 제소 등 조처를 하고 나면 이번 논란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더 낼 수 있다”며 당 지도부 차원의 추가 입장 표명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홍보 업무 등을 담당했던 청년정의당 당직자 ㄱ씨는 지난 14일 정의당 중앙당 당직자 단체 텔레그램방에 △대선 이후 고용 연장 가능성을 시사한 강 대표와 초단기 근로계약을 했고 △강 대표의 운전 수행 요구가 있었으며 △대선 기간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정의당 당직자들은 당 지도부의 책임 있는 조처를 요구하는 내용의 연서명을 받아 이날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당직자에 대한 강 대표의 갑질, 직장 내 괴롭힘 가해는 수면 아래에서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당 지도부 구성원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묵과한다면 노동이 당당한 나라도, 노동이 당당한 정의당도 모두 이룰 수 없는 꿈이 될 것”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 근절과 책임자 징계,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논란이 일자 강 대표는 지난 15일 “노동자를 위한 정당 내부에서 노동권과 관련한 논란이 발생한 데 책임을 통감한다”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의당은 박 위원장을 포함한 당내 위원 2명과 외부 위원 3명으로 진상조사위를 꾸려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지만 이번 대선을 통해 얻은 새로운 정치적 동력은 상당 부분 소실될 것으로 보인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득표율과 상관 없이 ‘당당한 노동선진국’을 강조하며 반향을 일으켰지만 반노동적인 괴롭힘 사건으로 ‘정의당의 자기모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진보정당 활동을 위해 당직자들에게 헌신·희생을 요구해온 조직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노동의 가치를 핵심으로 하는 당 이미지에 치명적 타격이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대선의 화두였던 청년과 여성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라며 “당 안에서도 활동가와 당직자의 처우·자긍심·자부심을 지키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기성세대 조직문화와의 충돌이라기보다 새로운 세대 안에서 (사건이) 발생해 더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