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본격 가동되면서 새 정부 정책의 뼈대가 될 주요 공약들의 ‘미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여소 야대’ 국회에서, 윤 당선자의 핵심 경제 공약이었던 50조원 규모 자영업자·소상공인 코로나 손실 보상도 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협조 없인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24일 <한겨레>가 윤 당선자의 경제분야 주요 공약을 분석해 보니, 현재 국회 지형에서 공약집 대로 이행하기 어려운 공약이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의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다수당인 민주당 반대가 예상되는 ‘이행 가능성 낮은 공약’과 그렇지 않은 공약이 뚜렷하게 갈린다.
관심이 모아지지만, 실행 가능성 낮은 대표적인 공약은 임대차 3법 전면 재검토다. 당장 오는 7월 전월세 상한제·계약 갱신 청구권제 등 임대차 3법 시행 2년을 맞아 계약 갱신 기간이 만료된 전·월세 집 임차료가 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여소 야대 정국에서 큰 폭의 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제도 보완이나 일부 수정 쪽에 무게가 실리는 까닭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규제 완화,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 핵심 부동산 공약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대선 직후 공약 분석 보고서를 펴낸 법무법인 율촌 쪽은 “임대차 3법 개정은 법률 개정 사항으로 당선자와 정부의 추진 의지와 상관없이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 공약”이라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민주당이 유지 입장을 밝히고 있고, 대선 후보 간에도 이견이 확연한 대표 공약 중 하나였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산업 쪽 공약도 불확실성이 크다. 내년 전면 시행을 앞둔 상장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를 폐지하겠다는 것과 벤처기업 대주주에게 보유 지분 이상의 의결권을 보장하는 복수 의결권(차등 의결권) 도입 약속 등이 그런 사례다. 재계가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중대재해처벌법도 개정이 사실상 어렵다. 공약을 일부 손질하거나 기존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묘를 발휘하리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윤 당선자 공약을 구체화해야 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이런 사정을 잘 안다. 이번 주부터 진행하는 정부 부처 업무 보고 때 “입법 없이 대통령 지시로 추진 가능한 공약을 별도로 명기해 달라”고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법 개정을 거치지 않고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개정 등 만으로 먼저 추진할 수 있는 공약을 구분해서 다루겠다는 의도다.
LTV 완화 등 ‘시행령 개정’ 우회로 택할 듯
대표적인 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기준 완화, 주택 공시가격 환원(2020년 수준)을 통한 보유세 부담 완화 등이다. 엘티브이(LTV) 완화의 경우 민주당 공통 공약인 데다 금융위원장 고시만 바꿔도 추진이 가능하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도 법이 아닌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재건축 조합원의 이익에 물리는 부담금 부과 기준을 높이는 우회로를 택할 수 있다.
현 정부가 우대에서 규제로 방향을 튼 등록 임대 사업자 지원을 다시 강화하겠다는 윤 당선자 방침도 걸림돌이 없는 공약으로 꼽힌다. 시행령 개정으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지현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법률이 개정되기 전에도 하위 법률 개정을 통해 추진할 수 있는 공약은 즉시 추진하고,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야당과 국민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반반 선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표 차이가 적었던 상황에서 공약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윤 당선자 쪽도 그러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