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 배경 사진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의 모습. 대통령비서실 제공, 연합뉴스
동성애 혐오 발언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김성회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이 13일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의 친분 관계로 발탁된 것 아니냐는 입길에 오른 뒤 과거 혐오 발언이 드러나고 해명 과정에서 논란을 키워, 사실상 경질된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 공직자 검증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5시50분께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자진 사퇴한다”는 김 비서관의 발언을 전하는 형식으로 사퇴 소식을 알렸다. 김 전 비서관은 과거 글에서 “동성애는 정신병의 일종”이라고 주장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보상 요구를 ‘화대’라고 표현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지나친 표현에 대해 깨끗이 사과드린다”는 글을 올렸지만 자신에 대한 비판이 “내로남불 586 세력과 종북 주사파를 비판한 것에 대한 앙갚음”이라고 주장하고 “동성애는 치료에 의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혐오 표현을 되풀이했다. “조선 시대 절반의 여성이 성 노리개였다”는 과거 기고글이 알려지자 이튿날 또 페이스북에 “(조선 시대에는) 결국 여성 인구의 절반이 언제든 주인인 양반들의 성적 쾌락의 대상이었다”는 잘못된 주장과 항변으로 다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대통령실 참모가 에스엔에스(SNS)에서 개인 신상 문제를 항변하고 논란을 더욱 키우는 행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대통령실 안에선 그의 ‘에스엔에스 설화’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에스엔에스 자제령을 내린 적은 없다”면서도 “(에스엔에스를 자제하는 건) 공직에 있는 사람들의 상식이다. 개인적으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아가 김 전 비서관이 2020~2021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종북좌파’ ‘김일성 수령주의’라며 색깔론을 동원해 비난한 사실이 <한겨레> 보도로 확인됐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팬클럽 네이버 밴드에 “종북화, 조폭 카르텔화 된 문재인·이재명 집단으로부터 자랑스런 민주화 운동의 정통성을 탈취해와야 한다”, “문재인의 ‘국뽕 주의’는 김일성주의의 아류작”, “우리를 지상낙원에 살도록 인도해주신 어버이 김일성 수령의 자리를 문재인 수령으로 대체하려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이날 오전 ‘김 비서관 논란 때문에 여론이 매우 안 좋다’며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여론 악화에 결국 ‘자진 사퇴’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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