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종로구 세검정초등학교에 마련된 부암동 제2투표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6·1 지방선거 투표율이 50%를 겨우 넘기며 역대 두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기권이 민주당의 대패로 이어졌다는 풀이가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 결과 6·1 지방선거 최종 투표율은 50.9%였다. 이는 한·일 월드컵 와중에 치러진 2002년 지방선거(48.9%) 이후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이었다.
기록적으로 낮은 투표율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선거를 관통하는 대형 이슈없이 대선 두달여 만에 연장전 성격으로 치러진 탓에 투표 피로감이 쌓였다는 분석과 함께 경기와 충청 지역을 빼면 결과가 익히 예상되는 선거였다는 점도 투표율을 떨어뜨린 원인으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종종 변수가 됐던 경남, 강원 등에서 일찌감치 승세를 굳혔다. 지난 대선보다 각각 35.5%포인트와 26.2%포인트 떨어진 대구(43.2%)와 부산(49.1%) 투표율은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전국적으로는 민주당 지지층의 기권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지난 3월 대선 패배 이후 0.73% 포인트 차라는 숫자에 매달려 반성이나 성찰, 쇄신없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내세운 민주당에 투표할 동력을 얻지 못했다.
40∼50대의 낮은 투표율은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3사(KBS·MBC·SBS)가 구성한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의 공동출구 조사 세대별 예측 투표율에서 40대와 50대 투표율은 각각 42.6%와 54.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대선 투표율과 비교하면 각각 27.8%포인트, 27.5%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특히 40대는 지난 대선을 포함해 각종 선거에서 민주당의 가장 확고한 우군이었다. 투표에 대한 40대의 ‘의욕상실’은 민주당 대패로 이어지며 ‘응징’ 효과를 냈다. 기권한 회사원 박아무개(45)씨는 “대선때 윤석열 후보를 찍을 순 없어서 민주당을 찍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도저히 표를 줄 수가 없었고, 진보정당도 뭘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호남 지역 투표율도 증거다. 광주는 37.7%의 투표율로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8차례 치러진 지방선거 투표율 가운데 가장 낮았다. 81.5%의 투표율을 보인 지난 대선과 견주면 무려 43.8%포인트가 떨어진 수치다. 전북 역시 48.7%의 투표율로 지방선거에서 처음 50% 이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런 현상은 광주, 전북 지역 뿐 아니라 전국의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대선 패배를 책임져야 할 이재명, 송영길 후보가 출마한 데다, 지도부가 내홍까지 노출하면서 총체적 실망감으로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서울 성북구 북한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 별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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